건강한 문화를 갖지 못한 사회는 미래가 없다.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10대 매매춘 등 '일그러진 성문화'를 집중 취재하면서 우리가 얼마만큼 퇴폐적이고 부도덕한 사회에 살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매일신문사는 17일 각계 전문가를 초청, 일탈로 치닫고 있는 성(性)문화에 관한 긴급좌담을 마련했다.
편집자
▲사회=우리 사회의 타락한 성문화에 대한 문제 제기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10대 매매춘 등에서 보듯 그 정도가 심각한 형편이다. '일그러진 성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나=개인·사회환경적 요인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결손가정 및 청소년 가출의 급증이 가정 붕괴를 불렀고 쾌락주의와 물질만능주의까지 가세, 10대 매매춘이란 성적 범죄까지 낳았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그동안 방기해온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
▲최=수요·공급 법칙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성교육의 미비에 따른 10대의 성가치관 혼란과 '여성의 몸=돈'이란 성상품화가 없어지지 않는 한 매매춘 근절은 요원하다. 심지어 윤락경험을 가진 또래집단에 의해서도 10대 매매춘이 유도되는 일마저 있지 않은가.
▲사회=그간 성문제에 관한 대책은 단속 위주에 머물렀다. 본질적 차원에서 가정, 학교 역할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고 있는데.
▲나=요즘 부모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면 자식부터 방임해버린다. 가출, 탈선해 돈과 쾌감에 눈뜬 청소년들이 집으로 돌아간들 그대로 있겠는가. 이건 악순환이다. 10대들을 매춘으로 몰아넣는 건 바로 그들의 부모다. 처벌이나 단속 못잖게 그들을 가정으로 돌아오게 하는 사회적 애정이 필요하다.
▲최=교사 1명이 수백명을 상대로 하는 탁상공론식 성교육은 예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청소년의 성지식과 관심은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평소 공개적인 자리에서 성담론이 이뤄지고 개인차를 감안한 '눈높이 성교육'이 행해져야 한다.
▲문=요즘 10대들에게 '순결서약'캠페인을 하라면 대다수가 웃는다. 성교육시간엔 상당수가 졸고 있다. 30대 교사까지도 학교에서 성에 관한 대화를 꺼릴 정도의 학교문화 하에서 '스승과 제자'로 만나서는 문제의 본질에 이를 수 없다. 청소년과 얘기가 잘 통하는 전문강사가 '인간대 인간'으로 허심탄회하게 성을 논의하는 장이 넓어져야 한다.
▲사회=성을 바라보는 지역의 시각이 상당히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 성문제에 있어선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숨기며 더 조장한다는 지적이 많은데.
▲나=물론 지역도 심한 편이다. 실제 향락업소 수는 전국 평균치를 웃돈다. 겉으론 근엄하면서도 접대문화에 너그러운 지역 분위기와 여성이 합석하지 않으면 술자리도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이중적 사고방식의 반성이 필요하다.
▲최=10대 매매춘을 근절해야 하는데는 모두 공감하지만 바로 '나의 문제''내 딸의 문제'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 의미에서 경찰의 '10대 매매춘과의 전쟁'선포 등 대대적 단속은 하나의 계기가 돼야 한다. 매매춘을 범죄행위로 인식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문=강력하고 유기적인 대응체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경찰, 교사, 공무원, 관련기관간 단속에 대한 전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자기 학교 학생이 매춘을 하다 적발되면'학교가 박살난다'고 보는 보수성으론 안된다.
▲사회=본사 취재팀의 취재결과를 볼때 지역에선 매매춘보다는 인터넷 채팅 등을 통한 개별적 성접촉이 더 큰 문제다. 그러나 이쪽은 거의 단속의 사각지대에 있는데.
▲나=매매춘 방지를 위한 인터넷 접속의 사전차단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단 청소년성보호법상 청소년을 매개로 한 각종 음란행위는 철저히 처벌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미성년자에 대해서는 처벌보다 선도가 우선돼야 한다.
▲최=PC방이나 전화방 등을 통한 익명의 대화에선 10대들이 성적 얘기를 하면서 쉽게 자기 감정을 노출하고 상대에 친밀감을 느끼게 돼 성행위(성폭력)로 이어지기 쉽다. 불건전한 인터넷 채팅 등에 대한 예방교육이 있어야 할 것이다.
▲문=지역에서의 사이버 원조교제 비율은 아직 그리 높지 않다고 본다. 다만 대형 윤락가를 집중단속함으로써 반사적으로 10대들이 농촌지역의 티켓다방 등지로 흘러들어갈 우려가 있다. 동시다발적인 집중단속이 필요하다.
▲사회=매매춘을 한 남성의 신상을 공개한다고 한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매매춘 당사자인 10대들도 함께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도 적잖다. 법조항의 문제가 아니라 남성위주의 법집행이 문제라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문=10대의 육체적 성숙이 곧 정신적 성숙을 의미하진 않는다. 시쳇말로 '즐기는 10대들'의 명단까지 공개한다면 그 애들을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것 밖에 안된다. 쌍벌죄란 명목으로 미성년자들을 '정신적 자살'로 몰아가서야 되겠는가.
▲나=매매춘이라는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10대들은 여전히 미성숙한 존재다. 일부 법적 케이스에서 보면 이들이 성인보다 더 가증스러운 경우도 물론 있다. 그러나 소수일 뿐이다.
▲사회=마구잡이 휴대폰 판매, 인터넷 문화 확산으로 10대들의 소비문화와 행동반경이 넓어지면서 10대들이 쉽게 매매춘에 나선다는 의견도 있는데.
▲문=완벽한 대안이란 없다.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음란채팅 차단 프로그램 정도는 기술적으로 가능할 것이다.
▲나=청소년에 대한 마구잡이식 휴대폰 판매는 예전에도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민법상 미성년자의 법률행위(휴대폰 구입 등)는 사후 부모가 무효임을 주장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힘들 것이다.
▲최=정보의 흐름을 막을 순 없다. 다만 수많은 정보 중에서 양질의 정보만 취사선택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결국 성에 대한 10대들의 가치관이 문제다.
▲사회=최근 경찰 단속은 10대 매매춘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성인 매매춘을 공공연히 합법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성인 매매춘 문제에 대해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는가.
▲나=성인 매매춘 문제는 그간 공론화되지 않은 채 개인적 문제로만 은폐돼왔다. 술 마시면 여자를 찾게 되는 빈약한 성인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술에 찌든 회식문화를 부부동반 모임으로 바꿔보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문=공신력 있는 사회기관에서 윤락가 종사자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왜 윤락가가 사라지지 않는가'하는 문제점을 새삼 되짚어보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될 것이다. 최근 경찰의 매매춘 단속은 10대들이 더이상 기성세대의 매매춘 현장으로 유입되지 않게 하는 긍정적 역할을 나름대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최=성인 매매춘이 없어지지 않으면 10대 매매춘도 사라지지 않는다. 모든 사회적 행위에서 남녀를 분리하는 이분법적 사고가 문제다. 사회교육적 차원에서 부부가 함께 참여하는 사회프로그램이 활성화돼야 하고 또 그런 자상한 남성을 '왕따'시키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사회=좋든 싫든 우리의 성문화도 앞으로 개방적인 방향으로 나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어떤 지향점을 찾아야 할까.
▲최=우리 성문화의 가장 큰 문제는 이중적인 윤리적 잣대다. 가정적인(정숙한) 여성과 성을 향유하는(섹시한) 여성으로 나누는 왜곡적인 의식을 타파해야 한다. 또 은폐된 성문화에 대한 담론을 과감하게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문=성을 무작정 숨겨서는 안된다. 유아때부터 적극적으로 성교육을 실시하는 체계적인 성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정리·金辰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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