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여론조사기관과 흑색선전

입력 2000-01-19 00:00:00

근래들어 여론조사가 생활화 돼가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앞 다투어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업무 계획을 짜는 것이 당연한 일이 돼버렸고 심지어는 웬만한 슈퍼도 개점하기전에 소비자 성향을 조사할 만큼 여론조사는 일상화 되고 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여론의 추이에 민감한 정치인들이 여론조사에 연연하는 모습은 민망할 정도다. 엔간한 초선후보라면 벌써 1, 2차례의 여론조사를 거쳤고 전례없이 선거 분위기가 가열되면서 다선(多選)의원들조차 여론조사 기관을 기웃거릴 만큼 '여론 시장'은 황금어장이 되고 있다. 결국 이 황금어장에 정통파와 함께 일확천금을 노리는 '꾼'들까지 모여 분탕을 치는 통에 여론조사의 질이 떨어진다고 아우성이다. 엉터리 여론조사중에는 후보의 지지율을 조사한답시고 "여러분은 젊고 참신한 후보를 좋아 하십니까", "그렇다면 35세에 박사학위를 받은 △씨와 60세에 고졸출신 ㅇ씨중 누가 의원감이라 생각하십니까"식으로 속 들여다보이는 '홍보형'조사가 있다. 그런가하면 "A씨…, 그가 이러이러한 전력의 소유자인줄 아시고도 깨끗한 한표를 던질겁니까"식의 역공형(逆攻型)조사도 있으니 당사자인 후보들 입장에서는 기가막힐만도 하다. 실상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여론조사는 하루중 여론조사의 시간대와 조사 장소에 따라 심지어 조사자들의 말투에 따라서도 그 결과가 틀릴 만큼 민감하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주부들이 시간 여유가 있는 오전10시쯤 여론조사를 하는 것과 식사 준비로 한창 바쁜 오후7시쯤 실시한 조사결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부산에서도 전라도 사람이 많이 사는 영도구에서 DJ지지도는 굉장히 높은 걸로 나타난다. 반면 경북 김천과 인접한 전라도 무주는 DJ지지도에서 같은 호남지역이면서도 광주지역과는 두드러지게 차이가 날 만큼 지역에 따라 여론조사의 편차또한 크다는 것이다. 확실한 서울 표준말이나 전라도 사투리로 대구지역에서 여론조사를 하는 것도 편차가 크다니 여론조사야 말로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것이란 생각이 절로 든다. 아무튼 정치개혁이 되려면 엉터리 여론조사기관이 지지율을 조작하고 흑색선전을 하는 사례가 한시바삐 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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