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계 '유전합격, 무전탈락' 여전

입력 2000-01-19 00:00:00

'유전합격(有錢合格), 무전탈락(無錢脫落)'

고교야구계에서 돈은 선수들의 기량이전에 대학입학을 보증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하는 사례가 여전하다.

하모씨(50.달성군 논공읍)는 최근 아들문제로 생업을 포기할 정도로 실의에 빠졌다. 대구시 모고교 야구선수인 아들이 호남의 ㅇ대에 총장의 입학동의를 받고 느긋해 있다가 자신의 아들대신 다른 선수가 합격했다는 소식에 망연자실했다.

그것도 아들보다 기량이 앞선 선수라면 용납을 하겠는데 경기에 거의 나서지도 않거나 출전하더라도 9회말에 땜질용으로 나가는 선수가 합격했기 때문이다.

학교 관계자들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따져봤으나 "우리도 알 수 없다"는 대답뿐. 하씨는 동료 학부모들의 위로에 "돈없는 무능한(?) 아버지가 절망에 빠진 아들에게 무슨 말을 해주겠습니까. 젊은이의 희망을 꺾는 일은 없어져야 합니다"며 눈물만 삼킬 수밖에 없었다.

박모씨(53)도 경주의 한 고교에 야구선수로 뛰고 있는 아들때문에 울화통이 치민다.

이 학교 야구감독이 아들을 기량이 좋다며 데려가 놓고서는 지난 1년간 정식게임에는 거의 출전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1, 2학년때는 3학년 중심으로 꾸려가려니 그럴수밖에 없겠다고 이해를 했으나 3학년이 된 후 기량이 떨어지지 않는데도 출전기회조차 주지 않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감독에게 '성의'를 베풀지 않아 아들이 출전조차 못한 사실을 깨달은 박씨는 뒤늦게"이럴 수 있느냐"며 항의를 해보았으나 때늦은 일이었다. 이 학교 감독은 금전문제로 말썽이 일자 최근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많은 스타선수들이 청소년들의 우상으로 뜨고 있을 때 한 켠에서는 재능있는 청소년들이 돈때문에 야구인생의 꽃을 피워 보지도 못한 채 사그라들고 있다.

李春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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