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심 들뜬 한국학생들 미국 카네기홀 공연 줄서

입력 2000-01-19 00:00:00

우리가 모르고 엉터리로 믿고 있는 대단한 착각이 하나 있다.

연주회 한다며 음악회 포스터를 붙인걸 보면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공연했다는 걸 커다란 계급인냥 써놓곤 한다. 또 인사소개때도 카네기홀 공연을 자랑삼아 말하는데 듣는 사람도 대부분 큰 자격을 가진 사람만 거기서 공연할 수 있는 걸로 알고 부러워하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건 잘못 알려진 일이다.

뉴욕 카네기홀은 정말 실력이 뛰어난 우수 연주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연주허가가 나는 곳이 아니다. 누구든지 원하는 사람에게 2천800달러(한화 300만원)정도만 내면 연주회를 할 수 있다.

그것도 모르고 우리나라에서는 카네기홀 공연 경력을 대단한 자랑거리로 믿고 있다. 미국 유학중 뉴욕에 거주했었는데 많은 한국인들이 가족과 친지 몇 명만 불러놓고 콘서트를 갖는 걸 자주 봤다. 커다란 무대 객석에 기껏 20, 30명 모아놓고 사진찍기용 연주를 하는 것이다. 한국에 돌아와 경력으로 인정받고 자기과시용으로 하기 위해 미국까지 와서 가족 몇명만 불러 앉혀놓고 왕복 교통비, 홀 사용료, 체제비, 각종 경비를 써가며 공연을 갖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방학때 더욱 심하다. 방학을 맞이해 음대 다니는 한국대학생들이 카네기홀에 북적거리는 것이다. 연주보다는 사진찍고 비디오 찍는 일에 더 관심이 많다. 미국 사람들은 그런 우리나라의 겉치레와 허위의식을 어떻게 생각할까. 물론 다 그런건 아니지만 그런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아 씁쓸하다.

고광본(대구시 동구 효목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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