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정말 몰랐을까

입력 2000-01-18 00:00:00

개악 선거법에 대한 여야 총재들의 '책임 떠넘기기'가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회의 총재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7일 선거법 전면 재협상을 지시하고 청와대가 유감성명을 발표하자 한나라당이 발끈하고 나섰다.

선거법 협상의 지휘자였던 청와대 측이 선거법 협상안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고조되자 김 대통령은 협상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양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협상의 당사자였던 한나라당 이부영 총무는 "김 대통령은 갑자기 구름위에서 나왔느냐"고 힐난했다. 박 총무로부터 일일이 협상과정을 보고받고 지시한 청와대가 이제와서 선거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이 총무는 문제가 된 도·농 복합선거구 4곳의 선거구가 유지된 것도 청와대의 재가를 받아 이뤄진 것이라고 협상과정을 구체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이 총무는 "매번 박 총무가 청와대와 전화통화를 했으며 김 대통령은 협상상황을 소상히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장광근 부대변인은 "이번 협상과정에서 1인2표와 석패율 등 여당의 반개혁적 주장들이 100% 청와대의 지시에 의해 하달되고 결재됐다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들은 없다"면서 "'김대중 원내총무'에 박상천 수석부총무라는 우스개 말까지 회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은 "김 대통령이 구체적인 협상내용을 세밀하게 보고받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합의사항에 대한 개략적인 보고가 있었을 뿐 협상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보고는 없었다는 것이다.

박 총무도 "김 대통령에게 선거법 협상의 세부사항을 보고한 적이 없다"며 김 대통령을 거들고 나섰다. 그러나 선거법 협상을 주도해 왔던 청와대가 협상 책임을 여야정치권에만 미루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청와대와 함께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도 선거법 개악의 한 주역이었다는 점에서 이 총재의 책임론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 총재는 1인2투표제와 석패율제도 등의 수용을 둘러싸고 갈팡질팡한 데다 해당 의원들이 "선거구를 살려 달라"고 요구하자 도·농 복합선거구 4곳의 존치를 사실상 주도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선거법 개악은 여야 총무들이 협상에 나섰지만 김 대통령과 이 총재의 재가를 얻어 이뤄진 것이다.

그래서 이 총재는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과 김 대통령은 선거구 획정 결정과정에 일체 개입하지 말고 "선거구 획정특위 구성을 통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선거구 획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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