줏대없는 정치에 분노의 목소리 증폭
총선을 90일도 채 남겨놓지 않고 있는데도 정치권이 선거법 협상에서 나눠먹기 담합만 꾀하다 국민적인 거센 비난 여론에 부딪히자 재협상에 나서는 등 선거법이 혼돈의 회오리 속으로 휘말려 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민단체들은 중앙선관위의 선거법 위반이라는 유권해석에도 불구하고 부적격 정치인 명단 공개 등 낙선운동을 강행키로 하는 등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정치개혁을 약속했던 여야가 15일 선거법 개정안에 잠정 합의한 데 대해 개악이라는 비난여론이 비등해지고 국민회의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이 17일 제동을 걸고 나서자 정치권은 원점에서 이를 재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대해 양식있는 시민들은 "이번 선거법 개정은 국민의 바람이나 의회민주주의 발전과는 거리가 먼 기존 정당과 정치인들의 기득권 보호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며 "정치권의 이런 행태에 대해 환멸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들의 행태에 대해 모 대학 ㄱ교수(57·정치학)는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고 있어 정치권의 반성과 각성을 촉구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면서도 "시민단체가 '심판자'로 군림하려는 듯한 것은 지나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민의 법감정도 혼란스러워져 시민단체들의 초법적 자세는 자칫 공공질서도 무너뜨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현상은 유권자인 국민들에게 21세기 첫 총선을 맞이할 준비를 원천적으로 가로 막고 있는 데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감을 가중시키는 것은 물론 준법과 불법을 판가름 할 수 있는 법감정에 혼동을 일으키는 폐해마저 낳고 있다.
-李東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