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악선거법 재협상론 급부상

입력 2000-01-17 14:26:00

여야간에 합의된 선거법안은 민의를 철저히 외면한 채 여야 3당간 나눠먹기를 위한 '밀실 야합'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시민단체 등 국민들 사이에서"개악 입법의 표본"이라는 등 비난여론이 증폭되고 있으며 급기야 정치권에서도 재협상론이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여권은 한나라당 측에 도·농 통합시 일부 예외 인정과 선거구 인구산정 기준일 등 문제 대목들에 대한 재협상을 제의했으며 청와대 측은 17일 이만섭 총재권한대행과 당 3역을 불러 재협상을 지시했다. 한나라당 역시 여당과 재협상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촉박한 총선일정 등을 의식, 양측이 오는 18일까지는 관련법을 통과시키기로 했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격앙된 민심을 실제로 반영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선거구당 인구 상·하한선 및 산정 기준일8만5천-34만명으로 까지 거론됐으나 현행 대로인 7만5천-30만명으로 후퇴하는 바람에 그동안의 인구변동 상황조차 반영하지 못한 꼴이 됐으며 지역구 정수 축소 여론에도 역행, 도·농 통합시 예외까지 포함해 모두 5석이나 증가시켰다.

인구산정 기준일을 지난해 9월로 정한 것 역시 선거일로부터 최소한 6개월전 등 가능한한 최근의 통계를 사용토록 한 법 규정을 무시했다. 당초 이를 의식, 6개월전인 10월말로 의견접근을 보았으나 특히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이 텃밭지역의 선거구를 가능한 한 한 석이라도 더 건지겠다는 담합을 통해 9월로 소급시켜 버린 것이다. 이에 따라 전남 구례·곡성과 경남 창녕이 한달 앞당긴 덕에 인구 하한선을 각각 104명, 236명을 넘겨 통합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도·농 통합지역 예외 인정여야는 인구 상한선을 30만명으로 합의했음에도 일부 도·농 통합지역을 의식, 25만명만 넘을 경우 통합시키지 않고 종전처럼 분구시킨다는 예외를 인정키로 했다.

이에 따라 경주, 원주, 군산, 순천 등 4개 통합시가 계속 분구될 수 있게 됐다.여야 공히 텃밭 등 우세지역을 2곳 씩 살렸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셈이다.

문제는 25만명으로 제한한 규정이 과연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느냐는 것. 당연히 춘천(24만7천여명) 강릉(23만1천여명) 안동(18만6천여명) 등 배제된 도·농 통합시 측에선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반면 경기의 하남·광주, 강원의 속초·고성·양양·인제 등은 별도의 행정구역이고 인구 하한선(7만5천명)을 초과하고 있으며 특히, 하남·광주의 경우 인구도 25만명을 넘는데도 분구시키지 않아 위헌의 소지까지 있다.

▲국고보조금 대폭 증액여야는 총선이나 대선이 있는 해에 한해 선거 국고보조금을 현행 유권자 1인당 800원에서 1천200원으로 50%나 인상시킴으로써 국민들의 과세부담을 가중시켰다. 특히 방송연설 비용과 선거사무장 수당 등 선거비용을 국가와 공영방송사 등에서 부담키로 하는 등의 선거공영제를 확대한 취지와도 부합되지 않는다. 게다가 1인2표제 등의 도입에 따른 선거관리 비용 증가분까지 감안할 경우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의 추가 부담액은 150억원이나 될 전망이란 게 선관위 추산이다.

▲의원정수 및 석패율제 도입당초 100명까지 줄이겠다던 정치권의 의원 정원 감축 약속은 현재처럼 299명을 유지키로 함에 따라 전면 백지화돼 버렸다. 대폭 증원키로 했던 비례대표는 41석으로 오히려 5석이나 줄었다. 지역구 의원들의 기득권을 최대한 보장한 셈이다.

석패율 제도 역시 지역구 낙선 우려에 휩싸인 자민련의 영남권 의원 등을 의식한 산물이란 점에서 여야간 '나눠먹기식' 담합의 산물에 불과한 셈이다.

徐奉大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