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현대인은 끊임없는 외부의 간섭과 장애로 인해 개성을 상실하고, 자기 방식의 삶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 까닭은 '효율성' 또는 '효용성'만을 강조하는 현대 사회의 속성 때문이다. 다음은 이청준의 '줄'과 '매잡이'의 일부이다. 제시문 (가)의 밑줄 친 부분을 참고로 하여 제시문 (나)의 밑줄 친 부분에 대해 그럼 무엇이 더 중요한 문제인지에 대해 논술하시오.
(가)"아버지 저도 이젠 사람들 앞에서 줄을 탔으면 합니다"
허 노인은 그 때 얼굴색이 조금 변했으나 온화하게 물었다.
"그래, ... 그럼 줄을 탈 때 끝이 가까워 보이느냐?" "네, 바로 눈앞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가는 줄이 넓게 보이겠구나..." "그 위에서 뛰어놀 수 있을 것 같습니다"그러자 허 노인은 단호하게 말했다. "안되겠다."
운은 까닭을 몰랐으나 더 대꾸하지 못했다. 열여덟 살이 되었다. 운은 허 노인에게 같은 청을 드렸다. "어때, 줄이 넓어 보이더냐?" "줄이 보이질 않습니다" 운은 불안했으나 사실대로 말했다. "그래, 줄을 타고 있을 때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단 말이냐?" "예" "귀도 들리지 않고" "예" 그것을 사실대로 대답했다. "흠, 아직도 객기가 있어..."
허 노인은 턱으로 줄을 가리켰다. 운은 또 아무 대꾸도 못하고 줄로 올라갔다. 사실은 운은 자신이 허 노인과 같이 줄을 잘 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허 노인이 줄을 타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천장 포장을 걷어 젖히고, 넓은 밤하늘을 배경으로 허 노인은 흰 옷에 조명을 받으며 줄을 건너는 것이었는데, 발을 움직이는 것 같지도 않게 그냥 흘러가듯 조용히 줄을 건너가는 노인의 모습은 유령 같기도 하고 어떤 때는 그냥 땅 위에서 하품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이상한 것은 그렇게 줄을 타는 허 노인이었지만 줄에서 내려오면 그의 온몸은 언제나 땀에 흠뻑 젖어있곤 했던 것이다. 그리고 단장은 그런 허 노인의 줄타기를 몹시도 싫어했다.
이청준,'줄' 중에서
(나)다음 날 오후 늦게 곽서방은 또 서영감을 찾아갔다. 그의 짐작대로 장날을 하루 앞두고 번개쇠의 기별이 마을로 들어온 것이었다. 삼십 리 바깥 천관리 마을로 대낮에 매가 들어왔다고 천관리를 지나 들어온 마을 사람이 기별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 매주는 내일 장으로 매를 가지러 나오라더라는 것이었다.
"큰 병일세 그려. 그래 자네 요즘 매를 부려서 꿩을 한 마리나 잡은 일이 있나, 마을에서 누가 몰이를 나서 주길 하나. 대관절 그건 찾아다 뭘 하겠다는 겐가, 이 답답한 사람아"
영감은 이제 화를 내지도 못하고 답답해 못 견디겠다는 듯 곽서방을 건너다 보았다.
"사냥을 못 하더라두요, 기별이 왔는데 모른 체하고 있을 수가 없어서..." "그래, 자네가 지금 도리를 찾을 땐가" "..."
곽서방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침묵은 영감의 말에 승복을 하고 있는 증거는 아니었다. 오히려 바위처럼 버티고 앉아 있는 모양이 서영감이 무슨 말을 하든 기어코 매값만은 받아 가야겠다는 결심을 다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 매값 몇 푼이 아까워서가 아니야. 매를 찾아오면 또 자네 꼬락서니가 못 보겠다는 말일세" "저도 사냥이 문제가 아니예요. 이제 사냥은 되지도 않구요" "그럼 자넨 지금 정말로 그 매주의 도리라는 것 때문에 이러는 것인가?" 서영감의 목소리가 갑자기 은근해졌다.
--이청준,'매잡이' 중에서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TK를 제조·첨단 산업 지역으로"…李 청사진에 기대감도 들썩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민주 "김민석 흠집내기 도 넘었다…인사청문회법 개정 추진"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