툇마루-공직자 부인

입력 2000-01-13 15:11:00

지난 한 해 동안 '옷로비' 사건으로 우리 사회는 적잖은 파장을 겪었다. 특검과 검찰의 관점 차이 이상으로, 일반 국민이 바라는 법질서와 현행 실정법의 적용 사이의 격차 역시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것 같다. 사건의 본질에 대한 이해는 오간 데 없이, 관련 사람들 가운데 누구에게 더 많은 죄를 물어야 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말았다. 아무튼 돈 많고 할일 없는 일부 여성의 한 순간 판단 잘못에서 생겨난 문제는 분명 아니다.

여성의 인생 자체가 그 배우자 남성의 사회적 지위에 따라 결정되는 사회에서는 이와 유사한 해프닝은 끊임없이 생겨날 줄 안다. 여성 스스로의 능력과 인격에 부합하는 사회보장체제를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선결조건은 사회이동의 기회상 여성에 대한 불이익을 강제하는 사회제도를 혁파하는 일이다.

이러한 사회적 배려가 주어질 때, 우리 나라 공직자의 부인은 밍크코트에 눈멀지 않고, 사채놀이에 맛들이지 않고, 부동산투기장에도 얼씬 하지 않을 것이다. 영국 총리 부인처럼 지하철을 이용할 뿐만 아니라 무임승차시에는 자진 신고하는 멋진 인간이 될 것이다.

김규원 경북대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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