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화두가 된 디지털. 현대인은 디지털 신호가 이뤄놓은 정보의 바다를 건너야 할 운명에 처해 있다. 엄청난 정보에 휩쓸려 익사할 염려는 없지만, 외면하고 살기는 힘들 지경이다. 인터넷은 우리 생활양식을 바꿔놓을 만큼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국내 인터넷 이용인구만도 이미 1천만명을 넘어섰다. 인터넷이 파생시킨 문화의 양상도 과히 '지진'으로 불릴 정도로 급격히 변모하고 있다. 21세기 신문화의 기수인 사이버문화의 현주소와 새로운 문화 패러다임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이 '팬터지'를 낳고 있다. 디지털 문명의 발달과 정보혁명이 문학에까지 침투, 새로운 문학 양식이 잉태한 것이다. 새로운 상상력을 가진, 이제까지의 관념으로는 소설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들이 인터넷과 PC통신을 통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름하여 '사이버문학'. 구텐베르크식 활자문화의 종말을 예고하는 이 새로운 경향은 전통적인 문학의 형태를 위협하고 있다.
사이버문학은 경계가 없다. 누구나 마우스 하나로 접근할 수 있는 문학의 세계는 분명 색다르다. 이제까지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샀지만, 가상공간에 떠있는 글들 중 눈에 띄기만 하면 열고 들어갔다 즉각 빠져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기발하고, 흥미위주의 가벼움이 넘쳐 난다.
디지털 문명이 상상의 세계를 무한하게 넓혔 듯 이를 토대로한 사이버문학도 심각함보다는 자유로운 상상이 현실과 가상을 넘나든다. 공상과학을 비롯 의학.무협.추리.탐정.공포 등 팬터지와 엽기적이고 선정적인 콩트가 주류를 이룬다.
사이버문학은 읽는다는 전통적인 개념마저 무너뜨린다. 제 취향대로 작품을 변형시킬 수 있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즉각적으로 통신상에 글을 띄워 비판할 수도 있다. 작가와 독자의 관계가 무너지고 있다. 더이상 창작자는 자기 문학의 주인이 아니다. 인터넷상에 소설을 띄우면 독자들은 원하는 아이콘을 클릭, 이야기의 흐름이나 구성을 바꿔 갈 수도 있다. 여러 줄거리 전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문학은 하나의 정보처럼 수용자의 취향과 의식에 따라 변형된 변종으로 다시 태어나 유포된다. 이런 새로운 현상을 '하이퍼 픽션' '테크노 픽션'이라는 용어로 정의하고 있다. 창작행위 자체에 대한 인식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신(新)문학의 출현으로 '디지털 히어로'들이 우후죽순처럼 급부상하고 있다. '새파란' '이영도' '이우혁' '김예리' 'isom239' '하우' '김민영' 등 소위 잘나가는 사이버작가들이 독자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마치 게임하듯 사이버공간에서 문학을 만들어내는 이들은 전통적인 가치 전복을 꿈꾸는 '문학전사(戰士)'로 추앙받는다. 급기야 활자로 승부해 온 소설가 심상대씨마저 'sunday marsyas'와 같은 생소한 이름으로 바꾸는 등 흐름이 바뀌고 있다.
지문이 아닌 사이트 조회수로 독서흔적을 남기는 사이버문학. 사이버문학이 추구하는 미학은 무엇일까. 혹자는 '커뮤니케이션'과 '이미지네이션'을 합친 커뮤지네이션(Commugination)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이제까지 문학의 기능은 창작자의 의식세계를 반영하고, 수용자를 작용시키는 데 머물렀지만 사이버문학은 자유로운 상상력의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다. 언어와 실재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면서 이미지를 강조해 의사소통의 다양한 양식을 개발하는 것이다.
사이버문학은 완벽한 상상과 공상의 세계가 즐거움을 주는 문화 양식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디지털 세계의 한 범주로 문화의 새 지형도를 그려내고 있는 사이버문학은 인터넷의 도래를 예측하기 힘들었듯 그 미래를 미리 점치기란 현재론 불가능하다. 다만 현 시점이 과도기라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끊임없는 변형의 인자를 가진 사이버문학의 세계로 향하는....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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