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은 엉망 빛바랜 경찰개혁

입력 2000-01-12 15:33:00

조무현 대구 달성경찰서장이 부인의 채권을 해결하기 위해 조직폭력배를 동원한 혐의로 구속된 사건은 현직 서장이 척결대상인 '조폭'과 관련됐다는 점에서 충격은 물론 집안단속도 못하면서 개혁의 목소리만 높이는 경찰 조직의 '취약성'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11일 조 서장의 구속 사실을 접한 지역 경찰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 할 말을 잊었다. 민승기 대구지방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현직 경찰서장이 큰 물의를 빚게 돼 죄송할 따름"이라며 더 이상의 언급을 회피했고 참모들도 예기치 않았던 사태에 당혹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일선 경찰서에서도 경찰 개혁의 목소리가 안팎으로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같은 불상사가 일어나자 "경찰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며 진행되고 있는 개혁분위기가 흐려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포돌이.캐릭터 제작 등으로 대외 이미지 제고에 노력하고 있는 경찰 개혁의 한계점을 보여 준 것으로 지난해 검찰과 뜨거운 줄다리기를 벌였던 수사권 독립과 관련, 올해 대대적인 자체 개혁후 하반기에 수사권 독립을 요구한다는 경찰의 복안이 이번 사건으로 큰 손상을 입게 됐다.

또 현재 진행중인 '경찰 대개혁'은 배정된 예산 대부분을 대민 신뢰회복에 치중함으로써 정작 경찰 내부문제 개혁에는 소홀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대구지방경찰청은 지난해 5월 상급 경찰관이 부하 직원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는가 하면 상습 도박판을 벌이다 물의를 빚은데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경찰관이 폭력배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적발돼 검찰에 구속되는 등 경찰관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선 경찰서 한 간부는 "이번에야 말로 경찰 개혁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여겨졌으나 물거품이 될까 두렵다"고 했다.

金知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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