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초점-영화 '박하사탕'

입력 2000-01-12 14:17:00

"안타깝죠. 이런 좋은 영화를 다들 놓치다니..."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을 보고 나온 관객은 눈물 흘린 자국이 역력한 채 이렇게 말했다. "극장이 너무 썰렁해 더욱 가슴이 아프다"고 까지 했다.

관객의 외면으로 '박하사탕'이 1주일 만에 소극장으로 '강판' 당했다. 지난 1일 개봉한 후 1주일 동안 5천명을 겨우 넘긴 수준. 제일극장 관계자는 "손님이 안 드니 내릴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 8일 개봉된 '거짓말'은 첫회와 심야를 빼고 매진 사례를 이룰 만큼 사람들이 몰렸다. 이틀간 1만 4천여명을 동원했다. 관객의 광적인 호기심에 편승한 흥행 성적이었다.

대구 관객의 '수작 영화 기피증'이 여전하다.

특히 '박하사탕'은 '한국영화에서 한국이 없는' 충무로 제작 패턴을 깨는 새로운 대안이 될만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영화의 위력이 폭발한다" "감동적인 시간 여행" "가공할 연기력"등 호평속에 '오발탄' 이후 최고의 리얼리즘 작품이라는 찬사까지 받았다.

서정호 평화방송 편성팀장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면서 "앞으로 한국영화에서 이만한 영화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동감독도 11일 대구를 찾아 호소했다.

수작영화가 외면당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장이모우(張藝謀)감독의 '책상서랍속의 동화'나 로베르토 베니니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 같은 작품들도 1주일을 넘기지 못했다. 이란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풍의 새로운 한국영화 '벌이 날다(민병훈 감독)'는 대구에서 개봉조차 못했다.

이는 대구의 관객층이 너무 얕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감각적이고 오락성 강한 것을 선호하는 청소년층이 대구 관객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작영화를 소화할 만한 30, 40대가 영화관을 찾지 않는 것이다.

다행히 '박하사탕'의 경우 입소문으로 인해 조금씩이나마 관객이 늘고 있는 편. "소극장으로 옮겨서도 개봉관 관객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많을 때도 있다"고 극장 관계자는 귀띔했다.

영화웹진 키노키즈의 이진이 대표는 "대구를 빗겨나는 수작영화가 한 두편이 아니다"면서 "좋은 영화를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박하사탕' 같은 영화에 관객이 몰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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