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천부적격 기준 문제 있다

입력 2000-01-11 15:11:00

시민단체의 선거개입에 대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164명에 이르는 방대한 규모의 공천부적격자 명단을 공개했다. 그러나 문제는 경실련 의도의 순수성은 이해하나 결과적으로 몇가지 점에서 문제점을 낳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은 선거법위반이라는 점이다. 물론 아직은 범법행위냐 아니냐로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법위반의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선관위도 경실련의 선거법상의 '의사표시'를 언론에 공개 한 점을 중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정서가 시민단체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문제이다. 시민단체가 정치적 문제에 개입하다 보면 아무리 정치를 개혁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결과적으로 어느 당 편에 서지 않을 수 없는 경우를 당하게 마련이다. 이 때 닥칠 시민단체의 대국민 신뢰의 상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는 제5부로 성장해야할 시민단체의 장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사이버 여론조사에서는 시민단체의 선거참여에 대해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도 이는 전체 국민의 의견도 아니고 특히 여론 주도층의 의사는 아닌 것이다.

이런 문제가 당장 부적격의 기준에서 나타나고 있다. 부정등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항목에는 이의가 있을 수 없으나 보안법등 논란의 여지가 있는 문제에 까지 개혁성을 들어 부적격으로 판정하는 것은 독선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폭로의원마저 부적격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부정방지를 위해 내부고발자도 보호하면서 외부폭로자는 보호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여권입장에서는 인기주의 한건주의로 비칠 지 모르지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부조리에 대한 고발인 것이다. 그리고 외부자든 내부자든 그 고발은 완벽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에 대한 비판에서 용어가 적절하지 못하였다고 해서 부적격 의원으로 규정하는 것은 그야말로 비민주적이 아닌가. 이는 경실련이 지난해 정부로부터 1억3천만원 지원 받았다고 한 야당의원의 말에 무게를 실어주는 결과 뿐임을 알아야 한다. 또한 공개과정에서 두번이나 발표내용을 바꾸는 것은 졸속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외도 2000년 총선시민연대,한국여성단체연합,교육계,노동계,환경단체,소비자단체등에서도 공천부적격자나 혹은 낙선, 당선운동을 펼치겠다고 하고 있다. 이들 단체 역시 법이 정하는 범위내에서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을 지켰다는 국민적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기를 기대한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