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
◈백-백승대(영남대 사회학과 교수)
◈김-김규원(경북대 사회학과 교수)
◈사회-우정구(매일신문 사회1부장·사회)
▶사회=21세기의 화두는 '정보화 혁명'이다. 우리사회에 급작스레 밀어닥친 정보화 물결에 많은 기성세대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정보화 시대를 올바르게 대처할수 있는 지혜는 무엇인가. 또 '인간관계 단절' 등 새롭게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백=기성세대는 익숙치 않은 기계(컴퓨터)를 다루고 영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보화 사회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러나 너무 겁을 낼 필요는 없다. 자동차운전의 경우 20여년전 '어려운 기술'로 생각됐지만 지금은 생활의 일부가 됐다. 컴퓨터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TV 처럼 쉽게 쓸수 있는 환경을 갖춘 컴퓨터가 출현할 것이기 때문에 정보화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가 중요하다.
기계(컴퓨터)와 인간이 가까와지는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동호인클럽과 같은 공동체를 사이버공간에서 더욱 활성화하고, 부모는 자녀의 사이버문화를 공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교교육은 사이버세대에 걸맞도록 개혁돼야 하고 '인간교육'이 그 중심에 서야 한다.
또 사회는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정보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김=정보화 사회에 대해 이중적 마음, 즉 '환상'과 '두려움'을 함께 갖는 것 같다. 절충점은 '필요'다. 누구나 필요성을 느끼면 쉽게 익히고 적응할수 있다. 컴퓨터 관련, 기능적·기술적 교육에 집착하기 보다 필요성을 인식시킨 뒤 숙련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정보화 사회는 전통사회와 달리 타인과의 접촉없이 물리적 생존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기계가 아닌 인간을 통해 충족될 욕구가 있다는 것을 교육을 통해 '의도적'으로 가르치고 개발해야 한다. 선진국의 '모유주기운동' 등은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사회=지금도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개인주의가 발달할 앞으로는 더 심해 질 전망이다. 이혼문제가 가져올 사회적 여파가 심각할 것이다. 사회규범의 변화에 따른 가족해체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또 그 대책은.
▶백=이혼율 뿐만아니라 '독신자' 및 '동성애' 증가 등 가족의 틀 자체가 깨트려지는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다. 인간복제를 통해 사회성원을 재생산할수도 있다. 그러나 그같은 극한상황에 도달하면 인간성을 되찾으려는 'U턴'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
▶김=우리사회의 이혼증가에 따른 더 큰 문제는 이혼자 자녀에 대한 배려가 너무나 없다는 것이다. 이혼자 자녀에 대한 사회적 불이익이나 심리적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가치관의 변화가 필요하다.
▶사회=일본인 이케하라 마모루씨는 자신이 본 한국인의 고질병을 책으로 낸 바 있다. 21세기에는 이런 고질병이 더욱 지능화돼 처방이 어려워 질지도 모른다. '옷 로비 의혹사건'에서 보았듯이 우리사회의 고질병인 사회지도층의 부도덕성을 고칠 방법은 없겠는가. 또 21세기형 바람직한 공직자상은.
▶백=우리의 부정적 측면이 부각된 감이 있다. 우리의 '역동성'은 한편으로 무질서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정보화 사회에서 큰 장점이 될수도 있다. 짧은 기간에 압축성장을 한 우리사회는 경제를 뒷받침할 문화와 정치제도 등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키우는 훈련이 중요하다.
지도층의 부정부패가 반복되는 것은 비도덕적인 인사의 사회적 재기가 너무 쉽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시민의 감시가 일상화돼 부패한 지도층이 발붙일수 없도록 해야한다. 정보화 사회의 바람직한 공직자는 서비스 제공자로서 까다로워진 시민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김='사회적 보상체계'에 의해 '가치관'을 형성하게 된다. 우리사회에서는 편법·탈법·불법을 저지른 사람일수록 더 크게 성공하는 모순이 진행됐다. 일본제국주의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기득권 보호수단)으로 법체계가 마련됐던 것이 큰 원인이다. '법따로, 현실따로'가 아닌 우리실정에 맞는 법질서의 구현이 중요하다.
지도층과 공직자 부정부패 척결은 내부의 '자기정화기능'이 중요한데 최근 내부개혁세력이 부상하고 있어 희망적이다. 하지만 내부개혁세력이 아직 미약하기 때문에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이 이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사회=신자유주의의 확산으로 물질 만능주의가 21세기에도 더욱 극성을 부릴 우려가 높다. 또 우리의 시민의식은 아직 낙후한 수준이란 평가다. 새로운 세기를 지향하는 '가치관'과 '시민정신'은 어떤 것인가.
▶백=지난 40여년간 경제성장에만 집착,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 이제는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인간은 인간간의 관계를 통해 행복을 얻을수 있고, 또 자연과 조화를 이뤄는 공존의 가치관을 통해서만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할수 있다. '특정고교 출신'으로 대변되는 지역사회의 폐쇄성 극복은 당면과제다. '밀라노프로젝트'의 경우 시설투자나 경제적 측면의 접근만으로 결코 성공할수 없다. 패션은 유행과 변화에 신속히 적응해야 하는 만큼 외부문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하는 개방성이 성공의 관건이다. 변화의 시대에 걸맞는 '유연한 시민정신', 기득권에 도전하는 '비판적 시민정신' 및 '공동체적 시민정신'이 요구된다.
▶김='돈의 추구'와 '경쟁원리'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남에게 해를 입혀서라도 내가 잘되야 한다'는 그릇된 경쟁의식이 만연해 있다. '부의 축적'을 다른사람과 공영하는 가치 및 자신의 삶을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가치와 연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21세기에 필요한 시민정신은 '국제감각'과 '프로정신'이다. 유교적 직업세계관을 버리고 자신의 일에 자부심과 긍지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맥' '인맥'은 모든 사회에 존재한다. 인간관계 네트워크는 어느사회에서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문제는 '학맥' '인맥'이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다'는 식으로 적용된다는 점이다. 책임과 윤리의식이 관건이다.
▶사회=21세기를 'NGO의 세기'라고 부른다.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전망과 극복과제 등에 대한 견해는.
▶백='시민없는 시민단체'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시민운동이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것 또한 큰 문제점이다. 시민사회단체는 자기평가 시스템을 갖추고 전문활동가를 보완, 시민과 함께하는 운동으로 거듭나야 한다. 지난해 시민들의 자발적 회원가입이 늘어나고 시민사회단체간 연계활동이 활발하게 모색된 점은 고무적이다.
▶김=시민사회단체의 필요성에 대한 지역민의 의식이 타지역 보다 뒤떨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일반시민의 참여를 늘리고 재정적 안정을 확보하는 것이 큰 과제다. 시민사회단체들이 기득권에 집착하기 보다 역할분담과 조정을 통해 전문영역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영세한 단체의 난립도 문제점이다.
▶사회=시민사회단체는 선거법 위반 시비에도 불구, '부적절한 후보 낙선운동' 등 올해 4월 적극적인 선거참여를 공언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의 선거참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백=선출된 공직자에 대한 감시체제가 부족한 현실에서 시민사회단체의 선거참여는 허용돼야 한다. 시민사회단체가 유권자에게 판단의 기초가 되는 정보를 제공, 평가시스템의 한 역할을 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마자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법적보장을 받지 못하는 선거참여는 논란을 빚을 것이다.
▶김=시민사회단체의 선거참여는 당연하고도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시민사회단체 대표가 출마한다든지 새로운 정치세력을 형성하려 한다는 오해는 불식시켜야 한다. 시민단체의 핵심역할은 유권자가 제대로 판단할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데 있다. 따라서 선거현안에 단기적으로 대처하기 보다 장기적 비전과 축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책임있는 활동을 해야한다.
▶사회=올해도 노동문제가 핵심이슈가 될 것 같다. 노사관계를 안정시킬 방안은 없겠는가. 또 현정부의 실업대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백=노사문제 해결의 핵심은 동반자적 관계 형성에 있다. 어떤 형식으로든 노동자의 경영참여가 필요하다. 한국적 상황에 맞는 노동자의 경영참가방안 마련과 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의 실업대책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고학력 실업대책 미흡, 고용구조악화(임시·일용직 중심), 지역특성 을외면한 중앙중심 실업대책 등은 보완돼야 한다.
▶김=정부의 실업대책에 대해 아쉬운 점이 많다. 공공근로 등 임시방편적 '구민실업정책' 보다 실직자의 자기개발, 재교육을 통해 자활능력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노력이 더욱 강조돼야 한다. 고학력 실업대책은 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사회=IMF 이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가.
▶백=심화된 소득격차가 가져온 상대적 박탈감이 대단한 것 같다. 그러나 '돈' 이외에 '교양' '가족간 화목' 등 다른 사회적 가치도 많다. '부익부 빈익빈' 보다 더 큰 문제는 '부의 세습'과 '빈곤의 재생산'이다. 조세의 형평성을 높이는 한편 '기부문화정착' '유산안물려주기 운동' 등을 펼치는 것도 생각해 볼만하다. 효과적인 직업훈련 등으로 빈곤의 대물림을 막아야 한다.
▶김=IMF 극복과정은 '빈익빈 부익부'를 조장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우리사회의 '개인적 노력'에 대한 '사회적 보상'이 적절한지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한다. 조세개혁은 무엇보다 시급하다. '누구는 아무리 노력해도 빈곤에서 벗어날수 없는데 특정인은 쉽게 엄청난 부를 챙길수 있다'면 사회정의가 성립되기 어렵다.
▶사회=정부는 '생산적 복지'를 내세우고 있다. 바람직한 복지정책 방향에 대한 견해는.
▶백='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 등 국민의 정부 이후 사회복지 제도적 차원에서 큰 발전을 이룩했다. 그러나 복지예산 집행의 효율성에 대해서는 의심이 남는다. '선심성'으로 흐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김='생산적 복지' 개념은 복지제도가 잘 갖춰진 유럽에서 근로의식 약화를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것인데 우리실정과는 맞지 않다. 복지수준이 낮은 우리사회에 생산적 복지개념을 적용할 때 자칫 민간의 복지 비용부담을 가중시킬 위험이 크다
▶사회=대망의 21세기를 맞았다. 지역발전을 위해 지역민들은 어떤 의식을 가져야 할지 도움말을 준다면.
▶백='서울중심', '미국중심' 사고에서 탈피해 '우리가 중심'이란 인식이 필요하다. 사이버 세계에서는 각 자가 중심이 될수 있고 서로 중심이 되기 위해 경쟁한다. 우리는 그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건강하고 풍요롭고 복된 지역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려는 시민정신과 역할이 요구된다.
▶김=백교수와 비슷한 의미에서 '세계시민의식' 갖기운동을 펼칠 것을 제안하고 싶다. 정보화시대에는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완전히 바뀐다. 대구·경북이 인류문명의 '중심'에 설수 있다. 지역민들이 능력과 자긍심을 함께 갖춘다면 세계적 의미를 가진 새로운 지역문화를 꽃피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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