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아름다운 소리'

입력 2000-01-10 00:00:00

세상에는 소리가 많다. 소리에는 자연이 엮어 내는 소리가 있고 사람이 만드는 소리도 있다. 어느 소리건 소리는 그 나름의 독특한 제 목소리를 지닌다. 그 소리의 뜻하는 바와 그 소리의 마음이 담겨 있다는 말이다. 이를 소리의 문화라고나 할까. 환경부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소리 100가지를 선정했다. 그 중에서 독도의 괭이갈매기 소리가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선정됐다. 부리 끝이 붉고 꽁지에 폭이 넓은 검은 띠가 있는 괭이갈매기가 무리지어 내는 소리는 상상만해도 천연덕스럽다. 괭이갈매기는 고기떼가 있는 곳에 무리지어 모인다. 그래서 괭이갈매기는 어부들이 어장을 찾는데도 단단히 한 몫을 한다. 괭이갈매기의 아름다운 소리와 한데 어우러지는 어부들의 만선의 꿈. 우리의 전통생활과 관련된 소리중에도 보전할 가치가 높은 소리들이 많다. 다듬이질 소리, 맷돌 갈고 절구 찧는 소리, 풍경 소리에 물레 잦는 소리 등. 그렇지만 뭐니해도 압권은 역시 다듬이질 소리. 감나무, 박달나무, 대추나무를 비롯 오석이나 청석 또는 화초석으로 만들어진 재질들이 제각각의 소리를 내지만 억눌려 살아 온 조선여인들의 한과 두들기며 곱게 펴지는 세상살이의 신명이 녹아 결국은 하나의 소리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서울올림픽 폐막식 때는 이 소리가 세계인의 귀를 사로잡은 기억이 새롭다. 왁자지껄한 사람의 소리도 선정됐다. 부산자갈치 시장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의 경매소리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내는 소리에는 아무래도 치열한 삶의 편린들이 스며있어 아름답지 못할때가 많다. 고층아파트에서 심야에 울려 나오는 부부싸움소리나 술취해 비비적 거리며 흘리는 소리, 이익에만 집착해 아우성 치는 데모소리 등이 그런류다. 장기판의 쓰잘데없는 훈수도 싱겁기는 한량없는 소리다. 총리직에서 곧 떠날 JP가 새 총리 내정자인 TJ에게 훈수소리를 냈다. 소위 총리처세론이라는 소리다. 총리자리란 알면서도 모르는척, 모르면서도 아는 척해야 하는 자리라고 한 것이다. 무엇을 모르는척, 무엇을 아는척 하는 것인지 참으로 황당하다. 이래서야 나라를 위한 아름답고 바른 소리가 나올 턱이 없다. 환경부가 이런 소리를 선정하지 않은게 정말 퍽 다행이다.

김채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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