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자만이 살아 남는다. 세계 최고가 된다. 불가능은 없다'
서울시 관악구 신림본동 동서빌딩 101호 칵테일㈜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어 있는 사훈이다. 70여평의 평범한 사무실이지만 고교를 졸업한 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소프트웨어 하나로 세계를 제패하려는 대구 청구고 출신의 벤처 사업가 이상협(21) 사장의 야망이 배어 있는 곳이다.
이 사장은 사무실에서 먹고자고 하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 남들이 다 자고 있는 시간, 그는 컴퓨터와 씨름한다. 고교시절부터 밤샘작업이 습관화된 탓도 있지만 잘 것 다 자고는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서다. 95년 전국컴퓨터 경진대회, 첫 수상을 시작으로 96년 전국컴퓨터경연대회 공모전 대상, 97년 신소프트웨어상품대회 대상, 신지식인상, 대통령상, 정통부장관상, 과기부장관상, 장영실상…. 컴퓨터와 관련된 상이란 상은 몽땅 휩쓴 그이지만 결코 자만하지 않는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것이 컴퓨터 기술입니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끝장이지요. 1등을 하는 것도 어렵지만 지키는 것이 더욱 어렵습니다"
이 사장은 열살때 처음 컴퓨터를 만난 뒤부터 외곬으로 '컴퓨터 우물'만 팠다. 먹고 자는 시간만 빼놓고는 컴퓨터에 매달렸다. 그래서 그는 학교에서 '공부는 안하고 딴 짓만 하는 아이'로 찍혔다. 밤새 프로그램 작업을 하고 학교에 가는 날이 많았지만 고등학교 2학년때까지는 그런대로 성적을 유지했다. 친구들이 모두 대입 시험준비에 정신이 없던 고교 3학년때 그는 프로그램 개발에만 몰두했다. 밤새워 프로그램을 짜고 학교에서는 눈을 뜨고 졸기만 했다. 성적은 체육만 빼고 모두 '가'로 떨어졌다. 아버지에 의해 컴퓨터가 파괴당하는 수난을 당하기도 했다. 그래도 컴퓨터를 포기할 수 없었다.
문제아 이상협은 96년 '칵테일'의 원조인 '광개토대왕'이란 멀티미디어 저작용 소프트웨어로 전국컴퓨터경진대회 고등부 대상을 차지하는 영광을 안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97년 봄, 그는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고등학생이 만든 제품이 좋아봐야 얼마나 좋겠느냐" "새파랗게 어린 것이 벌써부터 돈을 밝힌다"는 등 좋지 않은 소리가 들렸다. 그럴수록 그는 "간판도, 나이도 필요없다. 오직 실력만으로 승부하겠다"며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이 사장이 개발한 '칵테일'은 출시되자 마자 국내시장을 석권했다. 전국의 교육기관, 행정기관, 학교 등에 보급됐다. '칵테일'은 이제 서울 용산전자상가에서 윈도와 함께 가장 많이 불법복제되는 소프트웨어로 자리를 잡았다.
이 사장은 지난 5월 국내 최초로 쌍방향식 동영상 컴퓨터교육 CD롬 타이틀도 출시했다. 컴맹들을 위해 만든 이 소프트웨어는 컴퓨터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도 쉽게 따라 배울 수 있도록 CD를 드라이브에 넣으면 자동으로 실행되도록 설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불법복제가 판을 치는 국내에서 소프트웨어 개발로 성공하기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 하지만 벤처외길만 고집하고 있는 이 사장. 모대학에서 제의한 교수직도 뿌리쳤다. 98년 특례입학한 과학기술대(KAIST)에서 지난 6월 단 하루도 출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적됐다. 하지만 그는 당당하다.
"과기대에 다녔다 해도 성적 때문에 잘렸을 거예요. 대학이 저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컴퓨터 이용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싶다"는 이 사장의 목표는 전세계 컴퓨터에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을 까는 것. 국내시장은 완전히 평정했지만 해외시장에서는 예상밖의 고전을 하고 있다. 편리성과 가격면에서는 월등히 우수했지만 인지도에서 뒤떨어졌기 때문. 그래서 수출방식이 아닌 직접적인 해외 진출을 결정했다. '화이트미디어'라는 회사이름도 흑인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칵테일'로 바꿨다.지난 9월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지사도 설립했다. 해외진출을 위해서 그가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이 있다. 병역문제다. 자유로운 해외여행을 위해서는 앞으로 2년반을 더 기다려야 한다. 그는 요즘 하루 2시간씩 영어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실력으로 빌 게이츠를 능가하는 세계 최고의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겠다는 창사 당시의 약속을 꼭 지키겠습니다" 21세기 첫 새해를 맞는 청년 벤처사업가 이상협 사장의 당찬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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