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해를 넘나드는 길목 언저리의 이쪽, 저쪽에서는 여성의 당찬 족적들이 유난히 돋보이는 것 같다. 그 이면에는 물론 세련되지 못한 남성들의 어깃장이 한몫한 것이 사실. 여성 국회의원에게 시원찮은 남성 우월주의의 자락이 밟혀 백배사죄한 후 코를 싸쥐고 달아나 버렸던 국회의원이 지금쯤은 혼자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을지…. 이번엔 서울시내의 한 여성 경찰서장이 기염을 토하고 있다. 서울 하월곡동의 속칭 '미아리 텍사스'촌의 미성년 매매춘을 뿌리뽑겠다는 대갈일성에 업주 250여명이 숨을 죽이고 있다.옛부터 여자의 말은 잘 들어도 패가(敗家)하고 안 들으면 망신한다고 했다. 남자들이 여자의 말을 들어야 할 것과 물리쳐야 할 것을 제대로 가리고 못 가리고에 패가망신이 왔다갔다 하는 것. 아무튼 업주든 정화위원이든 이번엔 확실히 여자의 말을 들어야 하게 생겼다. 부임 첫날 낮.밤에 걸쳐 두차례나 현장시찰을 하면서 "1평 남짓한 방에서 어린 접대부들에게 짐승같은 짓을 시키는 사람들을 그냥 놔둘 수 없다"는 말에 업주들이 달리 할 말이 있을지 의문이다. 김강자(金康子) 종암경찰서장은 미성년 매매춘이란 반인륜 범죄에 대해 경찰서장 신분이전에 한 어머니의 심정에서 전율했을 것이다. "당분간 매일밤 둘러보고 실태파악 후 구체적인 근절책을 마련하겠다"는 김 서장의 여성다운 오기는 '업소 주변에 경찰을 24시간 고정배치해 고사(枯死)시키겠다'는 각오로 뒷받침되고 있다.숱한 부인네들로부터 갈채를 받을 일이다. 다만 한가지 궁금한 것은 김 서장의 전임 남성 서장은 그동안 무엇을 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남는다. 남성 서장은 후임으로 김 서장이 온 사실을 팔자소관으로 돌리기도 어렵게 됐다. 입맛을 씁쓸하게 하는 것은 또 있다. 일부 업주들이 김 서장에게 '얼마나 서장해먹는지 두고 보자'고 협박을 한 사실이다. 멋쟁이 여성에 시시한 남성의 표본을 보는 것 같다.
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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