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의대 만성 신장염 연구팀

입력 2000-01-04 14:02:00

우리나라에 등록된 만성 신부전증 환자는 2만5천여명. 여기에다 의료기관 혜택을 받지 못한 채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을 포함하면 그 수는 5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에선 만성 신부전증 환자가 고혈압·당뇨병 등 성인병 증가에 따라 매년 15% 정도씩 증가하고 있다.

이들 신부전증 환자들은 혈액 투석으로 생명을 연장해 가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신장이식 수술을 받아야 고통과 생명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신장을 기증하려는 '공여자'가 태부족, '완치의 길'은 멀기만 한 상태다.하지만 머지않아 신장기능이 어느정도 나빠진 상태에서 사전에 더 악화되는 것을 막아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방법으로 만성 신부전증 환자 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의술이 개발될 전망이다.

이같은 희망이 신장을 연구하는 세계적인 의학자들의 숙제로 남아 있는 가운데 지역 의학자들이 그 가능성을 점차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희망의 전령사는 영남대 의대 만성 신장염 연구팀(팀장 김용진 병리학 교수).

연구팀의 구성은 미UCLA의대에서 신장염 분야에 대해 2년간 연수를 한후 대구효성가톨릭의대에서 수년간 연구를 해오다 지난해 초 영남대 의대로 자리를 옮긴 김용진(45)교수와 수년전부터 동일 분야 연구를 해 오던 영남대 의대 박용훈(47·소아과) 교수가 "희망을 만들자"며 손을 맞잡으면서부터다.

그후 영남대 의대 박호선(40·미생물학과)·조철규(37·비뇨기과)·이은실(33·소아과) 교수와 계명대 의대 의학연구소 박종구(41) 교수, 한국과학기술원(KIST)생명공학연구소 현병화(40·실험동물지원센터) 박사 등 박사 3명, 충남대 의대 이강욱(41·신장내과) 교수 등이 합류했다.

한국과학재단의 중점 연구과제 연구회로 지정돼 연구비를 지원 받고 있는 이 연구팀이 수행한 그간의 연구결과는 가히 희망적이라 할 수 있다. 현 교수의 주도로 이뤄진 '저절로 만성 신부전증에 빠지는 실험동물을 이용한 신장질환의 치료 및 진행방지에 관한 연구'가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연구팀은 "만성 신부전증의 원인은 신장내 혈액여과 기능을 맡는 사구체의 손상에 있고 사구체 손상이 진행되면 부속기관인 세뇨관 손상과 함께 사구체와 세뇨관에 섬유화가 초래된다"는 그간의 연구결과에 착안, "양 기관의 섬유화 방지가 곧 만성 신부전증 예방으로 이어진다"는 이론에 확신을 갖고 만성 신부전증 진행 방지를 위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연구팀은 미국 제약사와 계약, 개발한 항섬유화제제를 신장질환을 앓고 있는 동물에 적용한 결과 40%이상의 기능 및 형태학적 효과를 얻어 최근 미국 신장학회에 그 결과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또 세뇨관 주변을 침투하는 염증세포들이 섬유화에 직접적 원인을 제공하며 신장의 손상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확인, 염증세포의 침윤을 억제하거나 그 활동성을 무력화할 목적으로 '인터루킨-10'이라는 면역인자를 신장에 직접 투여하는 방법을 시도했다.

이는 유전자 치료법을 활용한 것으로 바이러스 몸에 인터루킨-10을 생산하는 유전자를 붙여 신장에 주사한 결과, 그 유전자가 신장세포 핵 안으로 침투하고 침투된 유전자는 그곳에서만 인터루킨-10을 생산하므로 전신투여 보다 효과적이며 다른 장기에 대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 이같은 괄목할 만한 연구결과를 대한신장학회와 미국신장학회 등 관련 학회에 보고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연구팀은 지금까지의 동물실험 결과에 대해 안정성을 확보, 임상실험을 거친뒤 직접 환자에 적용하는 것을 2000년대 연구목표로 정하고 있다.

박용훈 교수는 "대개는 초기에 보존요법에 의존하고 있다가 결국 투석과 신장 이식상태로 악화되는 만성 신부전증에 현재 연구중인 치료법을 적용할 경우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하며 효과 역시 탁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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