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진짜 '사이버 파워'

입력 2000-01-03 00:00:00

가상공간에서 이미 많은 사람들은 현실 못지않게 일한다. 여가를 즐기거나 소비하고 심지어 사랑까지 한다. 그 안에서의 법과 윤리는 물론 현실과 다르다. 현실에서는 아무리 금지시켜도 이 곳에서는 허락된다. 그래서 다양한 모험들이 새로운 가상들을 끊임없이 만들어 낸다. 중요한 것은 허락된 그 모든 모험과 가상들이 엄청난 속도까지 지녀 폭발적인 사이버 파워를 구성한다는 점이다. ▲학자들은 흔히 지난 15, 16세기 지리상의 대발견들을 지구상에서 공간감각이 팽창하기 시작한 것으로 꼽는다. 그런 팽창도 제국주의를 고비로 하향곡선을 그으며 바로 엊그제까지였던 20세기 말미에서 미디어혁명을 맞으며 되레 압축으로 바뀐다. 인터넷과 같은 가상공간이 생긴 것이다. 자본이나 조직, 계급등 외부의 것들이 문화나 지식, 감성등 내부의 것으로 변화하고 거시공간의 미시공간화로 사이버 파워가 생긴 것이다. ▲이제까지의 큰 목소리는 큰 목소리가 될 수가 없다. 어제의 작은 목소리가 오늘은 결코 작지 않게 된 것이다. 눌려 지냈던 개인의 소리가 어느 순간 번개와 천둥을 동반한 폭우로 변할 수 있게 됐다. 권력의 그림자를 뒤에 받치고 거짓이나 위증으로 도배를 해도 정의로운 사이버 파워가 등장한 것이다. 힘이 생긴 것이다. ▲우리에게 당장 사이버 파워의 현실감을 느낄 수 있는 것으로는 올해의 4·13총선. 벌써부터 무서운 기미로 선거에 다가 설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이미 인터넷 홈페이지를 갖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150여명에 이르고 계속 홈페이지 제작 주문이 밀리고 있다니 가히 사이버 정치의 원년다운 면모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사이버 파워의 명암이다. 거짓도 위증도 함께 파워를 지닐 수 있다는 점이다. 뚝머슴 장작 패대끼듯 정의롭지 못한 사이버 파워가 여론을 조작하면 문제는 심각해 진다. 그렇지만 방법은 있다. 고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개인의 힘들이 엮어 내는 폭풍우같은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진짜 정의로운 사이버 파워인 것이다. 지금 우리가 말하는 사이버 파워는 바로 이런 것이다.

김채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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