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 박진용 부국장(本社)
* 이 : 이진무 부시장(대구 광역시)
* 권 : 권기홍 교수(영남대)▶사회=오늘 이 자리는 대구.경북의 경제적 위상을 진단하고 21세기의 발전방안을 짚어보기 위해 마련됐다. 그동안 대구.경북은 고부가 산업으로의 이행 지연과 인프라의 미비로 제조업 부문의 발전이 미흡했다. 금융, 정보 등 중추관리기능이 갖춰지지 않아 산업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지역 경제를 조명하기에 앞서 외부환경, 즉 세계 및 한국 경제의 추세와 전망을 알아볼 필요가 있겠다.
▶이=국제금리가 상당히 안정돼 있고 증시 활황 등의 호재로 내년 세계 전체의 경제성장률은 3.5%선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통계상 기술적 요인으로 인해 올해 7~9% 성장을 이뤘지만 내년엔 5.8% 정도에 이를 것이다. 당면한 문제는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돈이 많이 풀려 과수요를 촉발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유가는 외환 전에 비해 2배가 됐고 각종 공산품, 에너지 가격도 오름세다. 노동 비용도 증가할 조짐이다. 수요, 공급 모두에 인플레 기운이 있어 정부는 내년 물가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이다.
▶권=가장 큰 화두는 세계적 관점에서 시장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의 문제다. 내년 경제지표상 성장이 얼마가 될 지는 본질적 문제가 아니다. 생존을 위해 어떤 시장을 어떻게 꾸려갈 지에 대한 공감대조차 없다. 인적자원 관리도 그렇다. 국내 노동시장은 고급인력 중심의 유연성 증대로 방향을 잡고 있으나 이는 국내 상황에 적합치 않다.
▶사회=지역에서는 낮은 기술 인력이 저급 제품을 만들어 저부가가치를 이루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 결과로 대구의 경우 십수년째 1인당 지역총생산이 전국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역민의 자존심이 꺾이고 사기저하도 심각하다. 대구 경제를 일으킬 수 있는 방법으로 벤처 육성, 산업 고도화 등의 방안이 제기된다. 구체적 방법론은 무엇일까.
▶권=벤처 육성, 기존 산업 고도화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과연 현재 추세로 갈 경우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까 의아스럽다. 밀라노 프로젝트가 단적인 예다. 제반여건도 없는데 과연 성공할 지 우려된다. 일각에선 첨단 섬유도시가 되기에 가장 부적절한 도시라는 평도 나온다. 마지막 청사진도 중요하지만 단계적 전략에 대한 공감대가 없는 점이 큰 문제다. 특히 관련 단체가 제몫을 못하고 있다. 친목단체인지 로비단체인지 모를 정도다. 정보수집, 마케팅 전략 수립 등의 기능을 전혀 못하고 있다. 이들 단체와 지자체간에 협조보다 갈등이 존재하는 것으로 시민들에게 비쳐지고 있다.
▶사회=밀라노 프로젝트가 과거 개발경제시대의 정부 주도적 경제정책과 흡사하다는 비판도 있다.
▶이=프로젝트를 수립하고 정부가 재원을 투입하는 식의 개발이 시대적으로 맞지 않는다는데 공감한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간 섬유산업이 체계화되지 않아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고 산업 단계별 유기적 조직화도 이뤄지지 않았다. 때문에 지자체가 중앙정부를 끌어넣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생산은 있으나 유통이 없다는 지적도 옳다. 일관체제를 갖춰야 시너지효과를 거두지만 안타깝게도 단계별 조직화가 안돼 있다. 밀라노 프로젝트는 이같은 일관체제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지역 업체들이 주도하면 좋지만 영세한 탓에 자금 여력이 없고, 지역 업체만으론 반쪽 프로젝트밖에 안된다. 지자체가 관 위주로 프로젝트를 끌고가는 인상을 주는 것은 당분간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회=경제단체와 지자체간 잡음 문제는 지역민에게 상당히 걱정스레 비쳐지고 있다. 현실적 이유로 지자체가 주도하는 것은 납득이 가지만 지역 업계는 역량이 안되니 따라하라는 식의 추진은 반발만 불러일으킨다. 개선책은 없을까.
▶권=프로젝트의 각 자원을 조직화하는데 지자체가 하라는대로 업체가 끌려가는 모습이다. 한편에선 프로젝트가 일부 업체의 사적 이익을 위한 것이란 지적도 있다. 대구를 첨단패션도시로 만들자는 계획이 일각에선 기존 섬유업체들의 숨통트기 계획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팀워크보다 지자체의 일방적 주도로 인해 발생한 문제다.
▶이=밀라노 프로젝트는 지역 발전을 위한 절대적 과제다. 반드시 성공시키기 위해 섬유단체간 마찰과 알력을 중재하는 메커니즘이 필요했다. 또 일부 어려움을 겪는 섬유업종의 경우 프로젝트의 앰플효과를 기대한 것도 사실이다. 프로젝트 각 사업은 공동 인프라를 구축하는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
▶사회=지역에 자동차벨트를 조성하자는 의견이 나온지 10년 가까이 흘렀으나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 지자체나 경제계 의지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동차 부품산업을 육성하려면 벨트조성의 중간단계 결과물이라도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이=삼성 상용차가 벨트의 집결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증자 성공 이후 생산량이 증가했고 향후 레저차까지 생산할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 대우차 워크아웃 확정 이후 구지지역에 자동차 부품단지 또는 완성차 업체가 들어설 경우 자동차벨트는 국내 최대 벨트로 형성될 수 있다. 지역 산업벨트는 구미-대구-포항을 연결하는 L자형이 되며 더 연장할 경우 울산까지 포함된다. 지역은 자동차벨트를 조성할 충분한 여건을 갖췄다.
▶권=산업벨트는 공단과 성격이 다르다. 벨트는 물류 수송로만 있으면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다. 지역에서 굳이 완성차 공장을 유치할 필요는 없다. 고부가를 낳는 것은 완성차보다 부품쪽이다. 대구는 벨트를 엮고 관리하는 중추도시 역할만 하면 된다. 앞으로 지역은 메카트로닉스로 특화된 벨트를 형성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된다.
▶사회=지역이 충분한 여건을 갖췄다고 하나 대단위 벨트조성은 여전히 정치적 도움을 필요로 한다.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이=관이 직접 투자하는 시대는 끝났다. 정부의 역할은 도로, 정보통신망 구축 등 기업하기 편리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그친다. 기업은 스스로 판단해 수익과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곳을 찾게 마련이다. 정치적으로 기업을 끌어오는 시대가 아니다.
▶권=인프라는 두가지가 있다. 대구는 광통신망, 도로, 항만과의 거리, 국제공항 조성 등의 물리적 인프라는 우수한 편이다. 앞으론 소프트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대학을 포함한 테크노파크 등이 지역 인력 조직화의 중심이 돼야 한다. 또 관료사회의 경직성도 개선해야 한다. 기업이 지역에 와서 기분좋게 공장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정착돼야 한다.
▶사회=지역 대표기업들이 대부분 반신불수 상태다. 법정관리, 화의, 워크아웃에 들어간 기업이 적지않다. 시민들은 대구의 산업기반이 뿌리째 뽑혀버렸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 과거 지역 경제를 주도해 온 유통 및 건설업체에 대한 처리 방향은 어떠해야 하나.
▶이=지역을 대표해 온 건설, 유통과 일부 대기업의 섬유업종이 무너졌으나 빠른 속도로 회생하고 있다. 비관적인 전망은 아니다. 주택, 건설 경기가 호전됐고 아파트 분양 열기와 더불어 공공건설 발주도 꾸준한 상태다. 주택업계는 2~3년내에 정상화될 것으로 본다. 유통은 이미 정상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또 일부 대형 섬유업체들도 2천년대 초반엔 모두 정상으로 회복될 것으로 낙관한다.
▶권=지역의 대기업을 모두 살려야 한다는 데 대해선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지역의 문제는 대기업이 없다기보단 모기업이 없는 탓이다. 벤처 육성을 통해 지역을 대표할 모기업을 키워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첨단기술이 아니더라도 지역의 유망중소기업을 발굴, 적극 육성해 지역의 대표 모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
▶사회=지역 경제의 향후 발전을 위해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권=우선 서울 컴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한다. 의식을 바꾸자고 외친다고 지역민의 의식이 바뀌진 않는다. 자긍심을 가질 만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세계화도 마찬가지다. 위기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지역발전의 전략적 키워드로 활용할 수 있다.이=대구의 지역총생산은 16조원 정도로 전국 총생산 중 3.7%를 차지한다. 인구가 5.5%인 점을 감안하면 1인당 지역총생산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21세기 전략적 목표는 지역 산업의 주종을 이루는 섬유, 기계, 자동차 부품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 수립이다. 섬유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밀라노 프로젝트가 올해 시작돼 내년부터 본격 이행단계에 들어간다. 섬유산업 다각화와 고부가화를 위해 인력, 금융의 본격 투입이 시작된다. 자동차 부품과 기계, 전자 등도 첨단화, 기술집약화를 통해 생산성 향상에 주력하게 될 것이다.
▶사회=현재 지자체의 재정상태가 상당히 열악한 것으로 알고 있다. 향후 지역 경제 회생을 위해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말해달라.
▶이=보는 시각에 따라 다소 다를 수 있으나 외환위기가 없었다면 대구는 상당한 발전을 이뤘을 것이란 아쉬움을 가져본다. 앞서 지적했듯 중앙이든 지차체든 정부의 기능이 강조되는 시대, 즉 정부가 발전을 주도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바로 인프라 구축이다. 문제는 대구의 세수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일반회계 중 지방세 충당분은 40%를 조금 넘는 정도다. 그럼에도 최근 몇년 동안 대구시는 지역 인프라 구축에 상당한 투자를 했다.
▶권=인프라 투자는 높이 평가해야 한다. 문제는 지역민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이를 조직화 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점이다. 시민들이 기대치에 따르지 못한다고 꾸짖어서는 곤란하다. 말 그대로 이를 유연하게 유인하는 정치력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이는 향후 지역 경제의 발전을 도모하는데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정리=金秀用기자
댓글 많은 뉴스
[단독] '애국가 부른게 죄?' 이철우 지사,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돼
여권 잠룡 홍준표·한동훈·오세훈, "尹 구속 취소 환영·당연"
이재명 "검찰이 산수 잘못 했다고 헌정파괴 사실 없어지지 않아"
홍준표 "尹탄핵 기각되면 혼란, 인용되면 전쟁…혼란이 나아"
민주당 "검찰총장, 시간 허비하며 '尹 석방기도' 의심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