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겨울에 있었던 기억 한토막이다.
직장 동료들과 회식을 마치고 각자 헤어진 후 택시를 잡으려고 길에 서 있다가 문득 포장마차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한창 술을 좋아하던 때라 혼자서 아무 생각없이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주인에게 술과 안주를 주문한 뒤 당시 잘 풀리지 않는 일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면서 술잔을 반쯤 비웠을 때였다. 누군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에 옆을 보았다. 한 오십중반쯤 되어 보이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그도 혼자서 마시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잔을 비우고 무심코 다시 쳐다보다가 또 눈이 마주쳤다. 내가 조심스럽게 합석을 제의하니 그도 흔쾌히 수락했다.
알고보니 그는 그다지 유명하지는 않지만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책도 몇 권 내었고 잡지에 칼럼 등을 싣기도 하는 사람으로 종종 그 포장집을 찾는 단골이었다. 세상에 대한 불신감, 주체성 없이 데모에 휩쓸린 학생들에 대한 애처로움 등 온갖 관심사들을 이야기했던 것 같다. 그 중에서 몇가지 대화들은 아직도 나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는 사람이 인생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서는 3가지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첫째,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야 되며, 둘째, 친구와 여러가지를 같이 할 수 있는 건강이 필요하며, 끝으로 친구와 소주라도 나눌 기회가 생길 때 값을 치를 수 있는 약간의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이 시대는 그 어느때보다도 황금만능사상이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일부 사람들이 타인을 짓밟으면서까지 자신의 부(富)를 지키려고 애쓰거나 더욱 더 부유해지려고 바둥대는 모습이 게걸스럽게 보이기까지 한다.
조금은 남에게 베풀어 줄 수 있고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인생을 조금은 더 즐겁게 보낼 수 있지 않겠는가 생각해 본다.
신세기통신 대구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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