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거짓말을 해 봐' 대구시민회관 대관 취소 파문

입력 1999-12-29 14:01:00

'거짓말'의 파문이 끝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내달 8, 9일 대구 시민회관 대강당에서 공연예정이던 연극 '내게 거짓말을 해봐'(각색.연출 하재봉)의 공연이 취소됐다.

기획사인 컴미디어의 박정태 대표는 "시민회관 측이 대관 취소를 통보해 와 어쩔 수 없이 공연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기획사는 환불조치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시민회관 대관담당자는 "외설적이라는 민원인들의 항의가 계속 들어와 대관을 취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내게 거짓말...'은 소설가 장정일씨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 남녀의 가학과 피학에 초점을 맞춰 우리 사회의 뒤틀린 지배와 피지배의 단면을 우회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이번 '거짓말' 대구 시민회관 대관 취소는 결국 영화 '거짓말'의 외설파문이 연극에까지 튄 것으로 볼 수 있다

기획사는 대관료(133만원)까지 지불했고, 입장권 예매까지 되고 있는 상항에서 시민회관 측의 일방적인 대관 취소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 피해규모도 2천만원 정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백프라자 예술극장 등 다른 극장을 수소문 중이다.

그러나 박 대표는 "시민회관과 부딪쳐 봐야 좋을 것 없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처지도 아니라서 수긍하고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시민회관 측도 "대관 취소는 시민회관 운영 조례에도 나와 있기 때문에 별 문제없다"는 식이다.

그러나 각색과 연출을 맡은 하재봉(소설가)씨는 "선입견만 가지고 일방적으로 취소시키는 것은 문화적 폭력이며 공권력의 남용"이라며 분개해 했다. 남자를 품에 안고 있는 모습의 포스터도 "모성애를 표출한 것으로 연극에서 가장 예쁘고 감동적인 장면인데 이를 야하게만 보는 것은 지나친 선입견"이라고 했다.

관객들도 이미 서울 공연에서 '검증'된 작품을 일방적으로 취소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반응. 시민회관의 처사는 그동안 관(官) 중심의 경직된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대구 문화 행정의 단면을 보여 주는 것이다. 연극을 보고 결정한 것이냐는 질문에 시민회관 대관담당자는 "못봤어요. 그러나 워낙 사람들이 노골적이라고 해서..."라고 말했다.

"질적 여하에 따른 찬반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보기는 봐야 되지 않느냐"는 연출자의 말에 문화도시(?) 대구의 뒤틀린 잔상이 묻어난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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