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달력 이야기

입력 1999-12-28 14:04:00

한 해가 저물고 그 이름도 거창한 밀레니엄시대가 열리면서 이번 새해에도 예외없이 새 달력이 필요하게 된다. 달력을 보면 9월인 셉템버(September)는 7을 의미하는 라틴어 셉타(Septa)로 시작되고, 10월 옥토버(October)는 옥타(Octa:8), 11월 노벰버(November)는 노나(Nona:9), 12월인 디셈버(December)는 데카(Deca:10)에서 비롯됐다. 즉 셉템버는 일곱번째, 디셈버는 열번째 달이란 뜻이다. 그런데 7,8,9,10번째를 의미하는 달들이 9,10,11,12월이 되어 좀 이상하게 보일 수 있는데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우리가 쓰고 있는 달력은 로마력에 그 기초를 두고 있는데 옛날 로마에서는 일년이 열달 304일이었다. 즉 한겨울인 1, 2월은 원래 달력에 없는 달이었다. 왜 로마인들이 1, 2월을 날짜가 없이 그냥 비워두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농경민이었던 로마인들에게 한겨울은 농한기로 쉬는 시기여서 달력에 올릴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BC 700년경 누마왕때 1년을 12개월 365일로 바꾸었다(이때는 음력이었다). 따라서 1, 2월이 신설되어 나머지 달들은 모두 두달씩 밀려서 7,8,9,10번째 달이 9,10,11,12월이 된 것이다.

또 줄리어스 시저의 생일이 7월이었기 때문에 이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7월은 줄라이(July)로 명명됐다고 한다. 같은 이유로 아우구스투스(시저의 양자인 옥타비아누스가 악티움해전에서 클레오파트라여왕과 안토니우스의 연합함대를 격파한 후 원로원으로부터 받은 존칭, '존엄한 사람'의 뜻)의 생일인 8월은 오거스트(August)가 되었다 한다.

각각의 달의 명칭은 로마인들이 정했지만 요일 이름은 게르만족들이 정했다. 화요일인 튜즈데이(Tuesday)는 게르만족의 전쟁의 신(神)인 튜(Tiu), 수요일인 웬즈데이(Wednesday)는 게르만 최고의 신인 우단(Wodan), 목요일인 떨스데이(Thursday)는 천둥의 신인 똘(Thor)에서 유래된 말들이다. 그러고보면 달력엔 오래전 이 세계를 지배했던 주인이 누구였었는지 뚜렷이 표시되어 있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까지도 전세계인들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용재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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