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은…

입력 1999-12-28 14:57:00

한반도의 육지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뜬다는 토함산 석굴암은 우리 조상들이 부처님을 통해서 이미 1천여년 전에 장엄한 일출을 바라보며 한해를 기원한 것으로 전해 오고 있다.

성지인 토함산의 새벽은 새해 첫날은 물론 평일에도 일출을 보기 위한 관광객 행렬이 이어진다. 이런 역사성이 있는 토함산이 정부의 새 천년맞이 행사에 빠진 데 대해 불교계는 흥분하고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투어 자기 고장의 해뜨는 시간을 가장 빠른 것처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언론사들마저 확인도 하지 않고 보도해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지자체가 관광 특수를 노려 제 고장을 선전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어디가 해돋는 시각이 빠른가 하는 것은 분명히 밝혀야 한다. 더구나 일출 행사들은 정부 차원에서 새 천년 준비위원회를 결성하여 전국의 다섯 곳을 선정하고 야단법석이다.

자료에 따르면 해돋는 시각이 독도는 오전 7시26분, 울릉도의 동쪽 끝에서는 7시31분, 울릉도의 성인봉에서는 독도보다 2분 빠른 7시24분이다.

육지에서는 토함산이 7시27분, 울산의 방어동과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가 7시31분, 영일만 호미곶이 7시32분이다.

경남 양산의 가지산 정상의 일출은 토함산 보다 1분 빠른 7시26분이라고 하나 그곳에서는 바다에서 해가 뜨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

천문학자에 따르면 지구는 겨울이 되면 태양을 중심으로 남반구가 가깝고 북반구가 먼 형태로 약간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남쪽하늘부터 해가 먼저 뜬다. 그리고 높은 곳일수록 먼저 뜬다.

신비의 석굴암은 왜 토함산에 있을까? 바로 1월1일 아침 일출을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자연 그대로 엄연한 과학적 사실을 외면한 채 자기 고장에 해가 가장 빨리 떠오른다는 주장은 21세기의 정보화 과학화 시대를 앞둔 지금 원시적인 발상에 다름 아닌 것이다.

그로 인한 국민적 오해는 정부에 대한 불신감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금세기가 가기전에 반드시 그 진실이 규명 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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