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자민련 입당을 확정지은 이한동 전 부총재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하순봉 사무총장은 2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표도 했고 고문까지 지낸 사람이 일종의 난파선에 합류하는 경거망동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고 이어 장광근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 전 부총재가 2류 정치인생으로 전락했다"며 수위를 높였다.
한나라당이 아직 탈당하지 않은 이 전 부총재를 직접 비난하고 나선 것은 그의 탈당과 자민련행의 파장을 최소화하고 혹시 있을 지도 모를 동반탈당기류를 사전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이 전 부총재가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에서 자민련 간판으로 출마할 경우 큰 위협이 되지는 않더라도 한나라당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7일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한나라당은 이 전 부총재가 스스로 '탈당수순을 밟고 있다'고 보고 출당 등의 강경조치는 취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이한동 계보로 알려진 10여명의 당내 인사들에게 분명한 입장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 총장은 "직·간접적으로 확인했는데 동조할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전 부총재계는 대부분 서울, 인천, 경기, 강원 등 중부권에 기반을 두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자민련 간판으로 이 지역에서 출마한다면 당선이 불확실하다는 점 때문에 이들이 이탈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영구 부총재를 비롯, 심정구·전용원·김영진·현경대 의원 등이 이한동계의 핵심인사로 꼽히고 있으나 이들 대부분은 "이 전 부총재와는 연락도 않고 있다"며 탈당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16대 총선 공천작업이 본격화되면, 공천탈락이 예상되거나 공천에 불안을 느끼는 일부 의원들이 이 전 부총재와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 전 부총재 영입을 통해 '보수대연합'을 추진하고 있는 자민련 측이나 이 고문 측은 현역의원 동행에 적잖은 신경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한편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이 전부총재의 이탈은 결국 이회창 총재의 '비주류 끌어안기'의 한계 아니냐"며 책임론을 제기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徐明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