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20세기를 마감하면서 우리는 희망과 기대속에 새천년을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지난 세기의 파란만장한 한국정치사가 가르쳐주는 역사의 교훈을 겸허히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돌이켜보면 지난 세기의 한국정치사는 권력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으로 점철되고 있다. 구한말 조선의 지도자들은 급변하는 국제질서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채 친러·친중·친일파로 갈라져 세력투쟁을 벌인 결과 일제의 식민통치를 초래하였고, 해방정국의 이념적 혼란과 정파간 대립은 결국 분단으로 이어졌다. 정부수립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러야 했고, 이승만정부의 장기집권욕은 4·19를, 그리고 장면정부의 무능과 민주당 신·구파간의 갈등은 5·16을 야기하였다. 박정희정부는 경제적 업적에도 불구하고 유신의 장기집권 욕망 때문에 비극적 종말을 고하였으며, 뒤이은 신군부의 등장은 5·18과 6·10항쟁 등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면서 망국적인 지역갈등을 더욱 심화시켰다. 국민의 민주화 열망에 힘입어 집권한 김영삼정부는 준비 없는 세계화 정책으로 IMF사태를 초래하고 말았으며, 30여년만에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한 국민의 정부 역시 국민에게 희망의 정치를 펼쳐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어두운 정치사 속에서도 희망을 빛을 발견하게 된다.
1960년의 4·19, 1979년의 부마(釜馬)항쟁, 1980년의 광주민주항쟁, 1987년의 6월항쟁 등은 독재와 불의에 맞서 싸운 한국민주정치사에 길이 빛날 금자탑이다. 이는 국민의 정치의식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가를 웅변으로 말해 주고 있는 것이며, 더욱이 최근 괄목할 만한 정치적 역할을 하고 있는 시민사회의 성숙은 21세기 국민정치시대, 참여정치시대를 열 수 있는 희망이 되고 있다.
이처럼 지난 세기의 한국정치사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정치가 국리민복(國利民福)의 구현보다 권력 자체에 집착하게 되면 정치인에게나 국민에게나 다 같이 불행한 결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일찍이 한스 모겐소(Hans J. Morgenthau)가 갈파한 것처럼 "현실의 정치는 권력의 획득과 유지 및 강화"를 기본적 속성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 정치에 대한 부단한 관심과 애정 어린 비판만이 정치인들의 파행적 정치행태(政治行態)를 종식시키고 한국정치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제 우리의 정치인들도 환골탈태의 자세로 새 세기를 맞이해야만 한다. 새천년의 한국정치사는 새롭게 쓰여져야 하지 않겠는가. 지역감정을 볼모로 하는 정치, 보스정치, 권력에만 혈안이 된 정치는 저물어 가는 20세기와 함께 묻어버리자. 그리고 고통받는 서민을 생각하고 급변하는 세계를 내다보며 국민에게 용기와 비전을 제시하는 희망의 새 정치시대를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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