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J에 총리직 수용 권유

입력 1999-12-25 00:00:00

잇단 회동 黨복귀 사전작업 TJ 명확한 답변 회피 李고문에 대표위원 제의

2여 합당 무산 이후 김종필 총리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24일에는 박태준 총재와의 회동과 한나라당 이한동 고문과의 만찬 등 두 차례 행사를 치러냈다. 이날 행보는 일단 자신의 당 복귀를 감안한 사전정지작업 성격이 강하다.

이 고문 입당 후의 자리문제와 박 총재와의 관계를 정리해야 할 필요성 때문이다. 박 총재와의 회동은 일단 김 총리의 남미순방 후 장시간 양자회동을 못한 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 총재 측은 "총재와 명예총재가 만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 아니냐"며 "각종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만남은 이 고문과의 회동을 앞두고 열렸다는 점 때문에 관심을 끌었다. 당장 이 고문이 입당할 경우 박 총재의 거취가 결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날 회동에서 김 총리가 박 총재에게 후임 총리직을 적극 권유한 것이 정설로 통하고 있다. 공동정권의 유지를 위해서는 박총재가 총리직을 맡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박 총재는 "지금은 선거법 협상에 총력을 기울일 때" 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명확한 답변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지만 김 총리 측과 자민련 내에서는 박 총재의 총리직 승계설이 순리론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김 총리의 후임에 박 총재가 앉아야만 명실공히 DJT정권의 면모를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김 총리는 이 고문과 극비회동을 가졌다. 박 총재와의 만남에 이어 이 고문을 만난 것을 볼때 김 총리가 나름대로 예우를 갖춘 것 같다.

이 고문과의 만남에서는 자민련의 신보수대연합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 이 고문과의 회동에서 자민련 입당의사를 확인한 김 총리는 이 고문과 구체적인 입당시기와 입당 후 자리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고문은 그러나 회동 후 "입당문제 등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하지만 이 고문이 입당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자리가 보장될 것이라는 얘기가 지배적이다. 당에서는 당헌·당규를 고쳐 이 고문이 입당할 경우 총재는 김 총리가 맡고 대표최고위원 자리를 이 고문에게 줄 것이라는 것이다.

이 고문 주변에서도 "자민련에 갈 경우 총재를 맡을 것"이라는 말을 흘리는 것을 볼때 일단 큰 자리를 요구해 놓고 그에 상응하는 자리를 받을 심산인 것 같다. 그렇지만 이 고문이 자민련에 입당을 하더라도 한나라당에서 동반 탈당자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여 영입효과를 의문시하는 당내 인사들도 많다.

이날 3자 회동 때문에 자민련 내에서는 김 총리와 박 총재, 이 고문과의 관계가 어떤식으로 매듭지어질 지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李相坤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