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1999년도 거의 다 저물었다. 한 세기와 한 천년기가 함께 끝나는 세모인지라, 지금은 입상의 짧은 시평(時評)을 넘어 모처럼 먼 미래로 눈길을 던져볼 때다. 비록 당장은 'Y2K 인식 문제'가 우리 마음을 사로잡고 있지만, 한 천년기는 그만두고라도, 한 세기의 시간대에서 살피더라도, 그것은 아주 작은 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아쉽게도 우리는 앞날을 멀리 내다볼 수 없다. 우리가 비교적 단단한 근거를 갖고 예측할 수 있는 미래는 현재 원형(prototype)으로 존재하는 기술들이 제대로 발전되었을 '가까운 미래'뿐이다. 그런 미래의 한계는 길어야 50년을 넘지 않을 터이므로, 우리가 예측다운 예측을 할 수 있는 시기는 21세기 중엽까지다. 그 너머로 펼쳐진 미래에 대해선 우리는 그 모습을 제대로 그릴 수 없다.
그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3천년기에 뚜렷해질 중요한 추세들 몇가지를 분간할 수 있다. 당장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은 '세계 정부'의 출현이다. 세계가 실질적으로 하나의 사회가 된 지금, 정치적으로는 거의 200여개나 되는 민족국가 정부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너무 불합리하다. 자연히, 그런 상태가 오래 갈 수는 없을 터이다. 세계성(globality)의 시대는 자신에 걸맞은 정부를 요구한다. 비록 오래 걸리고 많은 위험들을 품고 있지만, 민족국가들이 주권을 세계 정부에 넘기는 일은 앞으로 가속될 것이다.
앞으로 인류가 추진할 가장 뜻 깊은 사업은 외계의 탐험과 개발이다. 외계는 인류에게 열린 마지막이자 진정한 변경(Frontier)이고, 그리고 진출하는 것은 인류의 운명이다. 인류가 자신의 에너지와 창조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외계를 외면하고 눈길을 안으로 돌린다면, 인류 문명은 빠르게 활력을 잃을 것이다. 이미 그런 징후들은 많다. 오르는 이들이 하도 많아서, 히말라야의 고봉들마다 쓰레기장이 됐다고 한다. 목숨을 걸고 극심한 고생을 하면서 그 높은 봉우리들에 오르는 것은 장하지만 큰 가치를 생산하는 일은 아니다. 공을 잘 차거나 덩크 슛을 잘 해서 영웅이 된 젊은이들에 대해서도 같은 얘기를 할 수 있다. 외계는 힘차고 창조적인 재능들에게 큰 가치를 생산해 낼 무대를 제공할 것이다.
또 하나 3천년기에 뚜렷해질 추세는 인류가 자신의 생물학적 진화 과정에 점점 깊이 개입하는 것이다. 유전공학의 급격한 발전은 이미 사람들이 자식들의 유전자 조합을 선택하는 것을 현실적 가능성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아마도 사람들은 그런 기회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인류는 자연적 선택을 실질적으로 배제하고 자신의 진화 과정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사정은 여러가지 어려운 윤리적 문제들을 제기하며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정체성과 가치 체계를 근본적으로 성찰하도록 만든다.
21세기엔 위에서 든 중요한 일들에 관한 인류의 결정들이 내려질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결정들은 인류 문명의 모습과 사람의 진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래서 우리 세대가 만드는 21세기의 역사는 인류 역사의 전 과정에서도 아주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이것은 정신이 번쩍 드는 생각이다. 과연 우리는 그런 중요한 결정들을 현명하게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소설가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