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차마 거론하기조차 민망할 정도의 참담함을 느낀다. 내노라 하는 사람들이 모두 나서서 마치 거짓말 경연대회라도 하는 듯 하다. 진실된 말씀, 진지한 토론은 간 곳이 없고 온통 거짓과 괴변만 난무하고 있다.
이제는 누군가 진실을 말한다 해도 그것을 믿고 받아들일 사람이 아무도 없을 지경이 되었으니 믿음을 상실한 이 나라의 장래가 참으로 걱정스럽다. 늑대와 소년의 우화는 더 이상 동화책의 교훈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 시대 어른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우리는 금세기초 민족의 항구적인 자주독립을 위해 진실정신을 외쳤던 도산 안창호 선생의 가르침을 다시 되새겨 보지 않을 수 없다. 나라를 잃고 국권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쏟던 그 시기에 도산은 나라를 망하게 한 원흉이 이완용이나 일본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의 내부에 자리잡고 있는 허위의식임을 깨우쳤다. 그는 기회있을 때 마다 청년들을 향해서 좥죽더라도 거짓이 없으라고 외쳤다. '농담으로라도 거짓말을 하지 말아라. 꿈에서라도 성실을 잃었거든 통회하라'고 가르쳤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거짓이여! 너는 내 나라를 죽인 원수로구나. 군부(君父)의 원수는 불공대천(不共戴天)이라 했으니 내 죽어도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아니하리라고 다짐했다.
생활현장에서 정직과 성실을 실천한다는 것이 마치 커다란 손해라도 보는 일인양 인식하는 이 시대에 재미교포 백영중씨가 지난 겨울에 상재한 그의 자서전 '나는정직과 성실로 미국을 정복했다는 우리에게 정직과 성실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가족을 잃고 단신 월남하여 무일푼으로 도미한 저자가 수많은 기술과 개발하고, '고객전부주의'라는 성실전략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여 미국
경량철골 시장의 60%를 장악하는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파란만장한 삶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전하고 있다.
1999년 로스앤젤레스 지역 '올해의 기업인'으로 선정되기도 한 그는 자신의 성공의 밑거름이 된 정신적 뿌리가 바로 도산이 가르친 정직과 성실이었다고 밝혔다. 백영중씨의 이 이야기는 정직과 성실이 성공의 디딤돌이 되고 있음을 경험적으로증명하고 있다.
나라가 망하는 것은 군사력의 약화나 경제력의 쇠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도덕적 파탄이 사회붕괴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음은 인류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로마가 그렇게 망했고, 신라와 고려가 망할 때도 그랬다. 조선이 망하던 금세기 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오늘 우리가 군사력의 약화나 어려운 경제사정에 앞서 거짓말이 난무하는 세태를 걱정하는 것도 도덕적 해이나 신뢰의 상실이 사회붕괴의 전조라 보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의 역사에서 가장 암울했던 20세기초에 도산이 외쳤던 진실정신을 한 세기를 마감하는 이 시점에서 다시 되뇌어야 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슬픔이요 비극이다. 그러나 혼탁한 이 와중에서도 우리는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민족의 선각자이신 도산의 말씀이 우리들의 가슴 속에 메아리치고 있고, 세태를 걱정하는 수많은 시민들이 성실한 삶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직과 성실은 더이상 도덕교과서에 박제화된 덕목으로 남아 있어서는 안된다.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정직과 성실을 생활윤리, 실천윤리로 되살린다면 개인도 바로 서고, 사회도 건강해지고,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에서 굳건하게 자리잡을 수 있다고 믿는다. 도산의 진실정신을 이 시대의 국민정신으로 다시 진작시켜야 할 때이다.
'나 하나를 건전한 인격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 민족을 건전하게 하는 유일한 길이다'도산 안창호
영남대 교수 ·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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