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옷로비 의혹사건이 막바지 급류(急流)를 타고 있는 모양이다. 대통령까지 언론이 내처 7개월째 이 사건만 보도한다면서 편치 않은 심기를 드러낸 그날, 사건의 수사를 책임진 이종왕(李鍾旺) 대검 수사기획관의 결연한 의지표명이 시원한 화제가 되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박주선(朴柱宣) 전 법무비서관의 구속영장신청 여부를 놓고 신중론을 개진했던 대검 차장이 좥당신들 생각이 정 그렇다면 총장이 보고하고 마음대로 하라며 소매를 떨치고 일어선 것과 '진실을 규명하면 되지 지위고하가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이오라는 이 기획관의 말이 일반에게 시원한 수정과 한사발을 들이킨 느낌을 주면서 좥오버 랩되기 때문이다. 이 기획관은 상사가 소매를 떨치고 일어선 것에 사무실 정리로 자신의 의지를 표현했다. 배수지진(背水之陣)을 친 일선 당무자의 결연한 심정으로 보인다. 75년에 사법시험 합격후 법무부 검찰과장을 비롯, 서울지검 등에서 줄곧 형사5부, 4부, 1부장을 맡으면서 검찰의 본령을 몸으로 익혔던 고참 검사의 소중한 감각이 수사 이외의 제반사항을 고려하고 있거나, 고려해야 할 고위직들의 판단과 근본적으로 비교되는 상황이다. 일반 공직자와 또 달리 검사동일체 원칙에 따른 엄격한 상명하복(上命下服)체제에서 책상을 정리할 정도의 뱃심이라면 필부(匹夫)의 오기나 좥가는 년이 보릿방아 찧어놓고 가느냐는 식의 앙칼진 여인네들의 오무린 입과는 비교하기가 어렵다. 그가 이틀후에 소환할 방침을 미리 밝힐때부터 이미 흔들림없는 확신은 심어진 듯 보인다. 수사내용 공개에 인색할 정도의 원칙주의자로 불렸던 그가 보도진에게 박주선씨의 공무상 비밀 누설과 공용서류 은닉 등의 혐의를 알렸다는 사실은 대단한 심경의 변화일 뿐 아니라 향후 수사방향에 일정부분 쐐기를 박아놓은 셈이 됐다. 필생즉사, 필사즉생(必生卽死, 必死卽生)이라 했다. 이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옷사건 터널의 끝이 보이는 느낌이다.
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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