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월1일 오전7시35분.
대구앞산 산성산 정상. 동쪽끝 팔조령 너머로 마침내 붉은 태양이 힘차게 솟아 오르자 산상을 메운 등산객들의 환호성이 여기저기 터지고 박수소리가 쌀쌀한 아침공기를 가른다. 새 천년의 첫날이 밝은 것이다. 도심인근의 일출보기는 수평선을 태우는 바다일출의 그것과는 색다른 맛을 선사할 것이다.
모두가 새 천년 새해맞이를 떠나려는 마음으로 들떠 있다. 그만큼 어느 해보다 힘든 나들이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칫 첫날부터 기분을 잡칠지도 모를 일. 번잡함을 피해 가족과 함께 팔공산이나 앞산에 올라 새천년을 맞는 실속 해맞이는 어떨까.
팔공산 동봉이나 갓바위 그리고 앞산은 낯설지 않아 좋다. 전국의 명산(名山)일출에 비해 손색없는 해맞이 추억거리가 될 수 있다. 마침 대구시가 '새천년 해맞이 축제'를 앞산 산성산에서 갖고 다양한 이벤트와 볼거리를 마련하고 있는 참이다.
대구시는 해뜨기 전 산성산 정상 2천평의 구릉지에서 부정씻기와 살풀이 한판을 준비했다. 21명의 제관이 향을 피우며 지난 천년간 부정을 씻어내는 의미다. 부정씻기에 이어 천년한을 풀어주는 대구시립국악단원들의 태평무로 일출맞이 준비는 끝난다. 해가 뜨면서 새 천년을 위한 시가 낭송되고 새 천년 메시지가 발표된다. 등산객이 함께 막걸리를 뿌리며 새 천년을 맞는 고시래와 시립국악단의 풍물놀이가 한판 벌어진다. 문의 (053)422-1191, 429-2223.
앞산을 오르는 길은 달비골을 비롯, 매자골·무당골·안지랑골·큰골·강당골·고산골·용두골 등 수십갈래. 짧게는 1시간 길어도 3, 4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바위길도 뒤섞여 있으나 평탄한 코스도 많다. 가족들이 함께 무난히 오르는 길로 앞산공원 주차장에서 앞산 구(舊)도로 입구로 올라 산성산까지 연결되는 콘크리트 길도 좋다. 남구구민 체육광장이나 고산골서 출발, 심신수련장~약수터~잣나무숲길~정상코스도 괜찮다. 각기 4.3㎞와 2.3㎞의 거리로 적당한데다 소요시간도 1, 2시간이면 충분.
이밖에 달비골~원기사~앞산정상~산성산에 이르는 길과 달비골~평안동산~산성산과 청룡산 갈림길~산성산, 매자골~약수터~공든탑길~앞산정상~산성산 길은 평탄치 않지만 걷기에 좋은 코스. 2, 3시간쯤 걸린다. 특히 매자골로 약수로 목을 축이고 오르면 누군가가 100일간 정성을 들여 쌓고 10번의 손질끝에 97년10월12일 완성한 첨성대를 닮은 '공든탑' 앞에서 발길이 멎는다. 탑에 얽힌 사연도 간단히 적혀있다. '소원과 건강, 봉사정신으로 쌓은 탑'이란 설명과 함께. 여기서 다시 5분정도 오르면 경사진 바위면에 세워진 2개의 종모양 돌탑도 이색적.
일찍 집을 나설 때는 손전등이나 헤드랜턴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쌀쌀한 날씨를 감안해 장갑과 등산용 방한복 그리고 따뜻한 보온물통 등을 갖고 떠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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