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속"-"구속" 내부 마찰 혼선

입력 1999-12-17 14:35:00

16일 오후 7시 박주선(朴柱宣)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소환일정 및 처리방침 발표에 앞서 서초동 대검청사는 크게 술렁였다.

이날 오후 5시께 청사 7층 대검 중수부 수사팀이 긴급회의에 돌입했다.

이종왕(李鍾旺) 수사기획관은 주임검사인 박만(朴滿) 대검 감찰1과장과 지익상(池益相)·최재경(崔在卿) 검사를 불러 재소환 시점과 언론브리핑 계획 등을 논의했다.

수사팀 회의에서는 한때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진상을 밝혀야 한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원칙대로'라는 등의 목소리가 복도 밖으로 새어나올 정도로 기획관실 회의 분위기는 비장했고 청사 7층은 일순 긴박감에 휩싸였다.

박 과장은 이 기획관실과 바로 옆 신광옥(辛光玉) 중수부장실을 오가며 급박하게 움직였다.

같은 시각 신승남(愼承男) 대검 차장은 8층 집무실로 대검 간부들을 연쇄적으로 불러 숙의를 거듭했다.

신 중수부장도 이 기획관과 논의도중 신 차장검사실로 급하게 걸음을 옮기는 등 심상찮은 움직임이 계속됐다.

차장실에 들어갔다 나오는 간부들의 얼굴은 한결같이 굳어있었다.

이윽고 오후 5시30분께 이 기획관은 "저녁 7시에 브리핑을 하겠다"는 뜻을 알려왔다.

박 전 비서관에 대한 소환일정 및 처리방침이 최종 결정된 순간이었다.

"박 전 비서관을 모레 오전 10시 재소환,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하겠다", "혐의는 공용서류 은닉도 포함돼 있고 옷사건 전반에 걸쳐 여러가지 혐의사실이 포착돼 있다", "기소하지 않는 경우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굳은 표정으로 나온 이 기획관은 지금까지 브리핑 중 가장 강경한 톤으로 박 전 비서관의 소환일정을 발표했다.

구속영장 청구방침이 이미 굳어졌음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그렇지만 이날 발표 전까지 검찰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갈등과 혼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다"며 며칠전과 같은 분위기의 답변만 이어갔다.

검찰 안팎에서는 박 전비서관을 '불구속 처리하자' 또는 '불구속도 어렵다'는 수뇌부 및 일부 간부들의 입장과 구속방침을 고집한 수사팀 간에 정면으로 마찰을 빚었다는 분석이 나돌았다.

청사주변에서는 '수사팀의 반란'이라는 말까지 조심스레 나돌았다.

수사팀이 워낙 강경하게 나왔기 때문에 수뇌부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이런 기류가 강하게 흐른 것은 그간 수뇌부의 봉합에도 불구하고 검찰 내부적으로 갈등이 있다는 관측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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