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선전 받은 돈 해명해야

입력 1999-12-17 00:00:00

천용택 국정원장이 밝힌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전 정치자금 수수와 야당의원 미행은 여러가지 점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던져주고 있다. 청와대가 밝힌 것처럼 비록 정치자금법 개정전에 받은 것으로 불법적이거나 대가성이 있는 정치자금은 아니라해도 도덕적인 측면에서는 문제가 있다.

정치자금에 관한 한 깨끗하다는 평소의 주장이 틀리게 돼 이미지 상처를 입게 되었으며 또 모기업의 돈을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전달 했다는 점에서 떳떳한 행위로 볼 수 없다. 따라서 법률적인 문제 이전에 도덕적으로도 떳떳하다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청와대는 홍씨가 모측의 정치자금을 전달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 당시 김 대통령은 야당지도자였는데 왜 그리고 무슨 목적으로 모기업이 언론사 회장을 통해 전달했는 지 하는 의문이 남게 된다. 그리고 돈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와 용처는 어디인 지 등 많은 의문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밝혀져야 진실로 대가성이 없었는 지가 분명해 지는 것이다. 대가성 여부는 법률적으로 도덕적으로도 중요하다. 국정원장이 직접 밝힌 것이 아닌가. 이런 점에서도 보다 구체적인 대통령의 직접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민심의 진정을 위해서도 필요했다. 또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가령 지난 97년 11월 개정 이전의 정치자금법이라 해도 후원금은 후원회회원이 내게 돼 있다. 따라서 돈을 낸 기업이 정회원이거나 비밀회원이면 관계가 없지만 회원이 아니라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심각한 것은 국정원의 정치개입이다. 그러잖아도 6.3재선거 당시 국정원 의전비서관이 작성한 문건이 정치개입이다 아니다로 말썽이 계속되고 있는 요즘이다. 그런데 국정원이 야당의 정형근 의원을 미행했다는 것은 국정원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중대한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했다는 것을 국정원장이 스스로 밝힌 것이기 때문이다.

천용택 국정원장이 밝힌 대로 비록 "국정원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따라 다녔다"고는 하나 이는 엄연한 실정법위반인 것이다. 국정원은 도-감청, 계좌추적에 이어 미행까지 하고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렇게 된다면 국민의 말처럼 "잡으라는 간첩은 안잡고 야당만 잡는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아직 정치후진국의 면모를 면치 못한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일이라 하겠다. 이제 국민은 누구를 믿어야 하나. 이 점에서 정부는 이를 가벼이 보지 말고 관련법에 의해 엄격히 조사해 마땅히 처벌할 것은 하고 넘어가는 깨끗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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