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서상호-논설주간)

입력 1999-12-16 14:29:00

말없는 백성의 소리는 우스갯 소리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우스갯 소리로 본 3대통령의 2년을 보자. 노태우 대통령은 취임 1년을 넘기면서부터 물통이라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그리고 얼마안가 '6신'이라는 모욕적인 소리가 나왔다. YS는 1년이 안돼 '3보론'과 '3더래이론이' 나왔다. 이외도 많은 우스갯소리가 나왔고 심지어는 'YS는 못말려'라는 책까지 나왔다. 문민의 언론자유를 만끽한 측면도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경우도 YS와 비슷하게 1년정도만에 나왔다. 다만 내용이 여론조사가 뒷받침하듯 좀 더 고약한 편이다. 즉 음주운전론(박통은 모범, 전통은 난폭, 노통은 초보,YS는 무면허, DJ는 음주운전)그렇고 3만(오만, 교만, 자만) 3독(독선, 독주, 독단)그리고 3무(국민없는 국민의 정부, 정치없는 정치시대, 자율없는 자율경제)등이 그렇다. 50년만의 정권교체라는 정통성과 IMF위기극복에다 민주주의와 개혁을 강력히 추진한 정권이라는 확실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평가는 나쁜 것일 까.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6월 민심을 천심으로 알고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뒤도 국민을 하늘로 아는 것 같지는 않았다. 옷로비 사건에서 권력은 실패한 로비로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민심의 판단은 그게 아니었다. 고위층여인들의 안방부패와 권력의 허위조작에 있었다. 그리고 언론문건은 민심은 어디까지 관련 되었느냐에 있는데 권력은 폭로자인 정형근의원 개인 또는 관련기자들의 해프닝으로 몰고 가려하고 있다. 며칠전 안성·화성 재·보선에서 여당이 패하자 공천을 잘못해서 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민심을 못읽어서야 어떻게 국민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국정원 의전비서가 작성한 6·3재선거 관련 문건을 개인적인 것이라고 한다. 동해안에서 있은 북한 잠수정의 침투는 표류라고 우긴다. 간첩죄로 복역했던 서경원은 통일운동가가 됐다. 적어도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다. 이러니 국민으로서는 어리둥절함과 황당함을 느낄 뿐이다. 가까이 다가가고 싶겠는가. 인정 할 것은 인정해야 하는 당당한 자세를 국민은 보고싶어 한다. 뜻밖에도 국민의 정부는 상식적으로 판단해서 어거지라고 볼 수밖에 없는 변명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113개 시민단체가 규정 했듯이 "국민의 정부에 국민은 없다"이다.

민주주의를 한다는 나라에 대화와 타협은 없고 오직 대결과 투쟁만 있었다. 개혁과 민주화도 여권의 방법만 개혁이고 민주화라 한다. 다양성이 없앤 민주화는 바로 민주의 오만인 것이다. 그리고 고소·고발 그리고 폭로대 폭로가 난무하고 있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법에 의존하는 힘의 정치를 구사하고 있다. 그야말로 서부시대를 방불케 하는 정치다. 그래서 정치가 사라져 버린 '정치 없는 정치시대'가 된 것이다. 지난 8월 DJ가 독재자라는 YS의 주장에 많은 사람이 동조하고 있다는 외국신문보도에 조금만 귀를 기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막가파 세상인가. 국회나 특검사무실 같은 공식석상에서마저 욕설이 튀어나오고 있다. 이것은 바로 사회가 무너지고 있다는 증거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요즘이다. 그래서인지 국민들도 어쩐지 불안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우리정치에서, 위기는 넘겼으나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경제에서, 안전이 보장되지 않아 조국을 떠나는 국가대표선수가 살았던 사회에서, 그리고 교실붕괴라는 이름으로 한없이 황폐화 되고 있는 교육에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나라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불안이나 동요는 산업화사회에서 정보화사회로 넘어가는 격변기의 진통일 수도 있고 또 개혁에 따른 일시적 혼란 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혼란스러움은 일시적이 아닌 구조적인 양상을 띠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극복 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지금이라도 권력이 국민에게 솔직해지고 또 국민에 가까이 다가가면 될 수 있다. 미국의 사회문화비평가 크리스토퍼 래시가 지적했듯이 더이상 대중과는 떨어져 있는 '엘리트의 반란과 민주주의의 배반'을 지속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표를 의식해 지금처럼 여론에 너무 영합해서도 안된다. 그러면 국가의 미래가 어두워 지기 때문이다. 민심은 따르되 영합은 하지는 말아야 하는 어려운 길, 그길이 바로 정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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