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김찬석-논설위원)

입력 1999-12-16 14:32:00

"정부란 궁극적으로 국민이라는 고객을 상대로 한 서비스 기관이다" 이 말은 94년 미국이 정부 개혁을 대대적으로 시작하면서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다. 국민세금으로 지탱되는 정부기구가 고객(국민)을 만족시키지 못할바에야 차라리 없는게 낫다는 관점에서 시작된 이 개혁 작업은 지난 6년간 꾸준히 추진됐다. 그 결과 미국 정부에 대한 고객 평가는 100점 만점에 평균 68.6점으로 정부기관 3개중에 2개는 서비스가 개선됐다는 과히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정부 개혁을 주도해온 대통령직속 정부운영위원회는 이러한 평가가 성에 차지 않는 듯 내년 목표를 72점으로 올려 잡고 정부 각 부처를 더욱 다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 정부 관리들의 대민(對民)서비스 자세를 부러운 마음으로 바라보며 공직에 앉은 것을 기화로 마음대로 끗발을 휘둘러 대는 우리의 공직자들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된다. 미국의 공직자들이 스스로를 '국민'이라는 이름의 '고객'을 상대로 하는 '서비스 맨'이라 생각하는 동안 우리의 공직자들은 공직이라는 이름의 '벼슬자리'에 앉아 부귀를 차지하고 영화를 누리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지나 않은지 걱정인 것이다.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이 전국의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한 부정부패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는 이러한 걱정이 단순한 기우가 아님을 새삼 입증하고 있는 것만 같다. 조사 결과 청렴도 100점 만점 기준으로 정·관계(26점), 경찰·법조계(35점), 경제계(37점), 언론계(44점), 교육계(45점)의 순으로 부패했다고 답했다. 그리고 가장 부패한 분야에 대해 응답자의 71.1%가 '국회의원'이라 답변, 정치권의 부패를 꾸짖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 자리가 부귀 영화를 불러오는 황금방석이 아니라 미국처럼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라는 생각이 정치권에 확산될때 민주정치가 정착될 것이라 새삼 믿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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