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불공정한 선거보도를 한 언론인에 대해 1년간 업무를 정지시키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에 합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정치권 안팎에 파문이 일고 있다우선 문제의 조항을 신설키로 합의한 여야 정치권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합을 통해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를 짓밟는 '독소조항'을 만들었다는 비판에 곤혹스러운 표정들이다.
여야 수뇌부는 선거법 개정과정에서 불거진 이같은 파문에 대해 "문제가 많다"며 발빠르게 재검토 용의를 표명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선거때마다 대두되는 불공정 보도 및 피해 논란을 들어 "필요한 측면이 있다"는 시각도 없지 않으나 여야 공히 문제된 조항의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언론은 물론 시민단체, 학계도 대체로 "여야가 선거를 앞두고 '언론 목죄기'에 나선 것 아니냐"면서 "정치권이 무슨 권한과 잣대로 공정성을 심사, 편집.취재.집필한 언론인들을 제재한다는 것이냐"고 반발하고 있다.
여야 지도부는 또 이러한 조항이 신설된다 해도 주관적이자 모호한 개념인 '불공정성'의 기준을 정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을 감안, "실익이 없다"는 차원에서 뭇매를 피하자는 입장이다.
먼저 국민회의 이만섭(李萬燮) 총재권한대행은 "언론은 자율에 맡기는 것이 원칙"이라며 "불공정보도를 법으로 규제한다는 것은 기준도 애매하고 실효성도 없으며 자칫 언론자유를 침해한다는 오해를 살 우려도 있다"고 재검토 용의를 분명히했다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도 "문제가 많으며 어떻게 그러한 조항이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과거에도 문제가 된 부분은 뒤늦게 검토해 수정한 선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민련 박태준(朴泰俊) 총재도 이날 오전 마포당사에서 열린 당무회의에서 "어떻게 된 일이냐"며 경위파악을 지시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여야의 핵심 당직자들도 "문제의 불공정 보도제재 조항은 당론결정을 거치지 않고 실무선에서 합의된 얘기에 불과하다"며 정치권의 언론인 제재구상에 부정적 시각을 표시했다.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 사무총장은 "불공정보도 제재는 당론이 아니며, 그대로 추진하면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면서 앞으로 당의 추인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문제의 조항을 삭제할 뜻을 시사했다.
자민련 박철언(朴哲彦) 부총재는 "외국에서도 선거보도와 관련해 언론인에게 취재.편집을 못하게 하는 입법례는 없다"면서 "도대체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 김중위(金重緯) 의원은 "언론이 불공정 보도를 했을 경우에는 정정보도 청구권을 행사하면 된다"고 했고 박헌기(朴憲基) 의원도 "불공정 보도는 현행법의 테두리안에서 처벌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가세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선거공정 보도에 대한 요구도 많다"며 법개정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언론계 출신인 국민회의 임채정(林采正) 정책위의장은 "반발도 있겠지만 공정보도를 해달라는 요구의 표현"이라며 "여야 없이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은 어떤 분위기나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국민회의의 다른 당직자도 "지난번 시흥.구로을 재보선 당시 '50억원 살포설'로 피해가 많았다"고 구체적인 피해사례를 언급하면서 "97년 대선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선거때만 되면 보도가 과열되고 사실이 아닌 것을 보도하거나 의도적으로 편중된 보도를 할 때가 많다"며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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