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우리는 IMF를 '졸업'했나"
국민들의 씀씀이가 다시 헤퍼지고 있다. 그동안의 내핍생활을 '보상'받으려는 듯 너도나도 펑펑 써대고 있다. 흥청망청 낭비하다 또 다시 '재앙'을 맞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다. 1원이라도 아낀다는 자세로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때다.
▨ "내핍은 싫어"
대기업 사원 부인인 ㄱ씨의 가계부를 보자. ㄱ씨의 지난 1년간 가계부는 '수입은 찔끔, 소비는 훨훨'이란 말로 요약된다. 남편의 월급은 지난해에 비해 15% 가량 오른 반면 지출은 50%나 늘었다. 남편의 보너스가 완전 회복되지 않아 수입은 IMF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는데도 지출은 97년 수준으로 완전 되돌아갔다.
지출이 크게 늘어난 항목은 식비, 가족용돈, 문화레저비 등. IMF 직후 허리띠를 졸라맸던 가족들이 "더 이상의 궁핍한 생활은 싫다"고 버텨 부득이 지출이 늘었다는 것. "가정 경제가 좋아지지 않았는데도 경제가 회복됐다는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가계지출이 늘었다"는 게 ㄱ씨의 말이다.
소득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반면 씀씀이가 크게 늘어 난 것은 ㄱ씨 가정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도시가계의 평균 소비성향이 9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4분기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10만2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4% 늘어나는데 그쳤다. 반면 월평균 가계지출은 166만2천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3.5%의 폭발적 증가세를 보였다. 소비지출을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평균 소비성향은 전년 동기보다 9.9% 포인트 늘어난 76%로 나타났다. 90년 1/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 새천년의 가계운영
뉴 밀레니엄의 '화두'는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란 전망. 때문에 가계에도 이런 흐름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먹는 것과 같은 '필수적 지출'보다는 삶의 질에 관련되는 '선택적 지출'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벌써부터 교통통신비, 교육문화비, 외식비, 기호식품 구입비 등 선택적 지출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절약이란 미덕은 새천년에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그러나 가계운영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다. 계명대 가정복지학과 김민정(38) 교수는 "소득, 지출, 부채 등 가정경제의 특성을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렇게 해야만 시대흐름에 맞고 알뜰한 가계를 운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콩나물을 사면서 100원이라도 깎은 주부가 20세기의 훌륭한 주부였다면 새천년엔 가정경제를 일목요연하게 꿰뚫고, 전체적으로 조절하는 주부가 '일등 살림꾼'이란 얘기다.
또한 '효율적 소비'를 가계지출의 제1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경제원칙을 가계에 확실히 적용해야 한다는 것. 김교수는 "비싸다고 해서 반드시 최고는 아니다"며 "가격과 효용을 모두 고려하는 견실한 소비를 하는데 소비자들이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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