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에 가서 조제 및 투약, 주사를 받았던 우리국민의 기존 의료관행이 내년 7월이면 완전히 바뀌게 된다. 2000년 7월 의약분업 시행을 골자로 하는 의약분업 방안이 지난 9월17일 의약분업실행위원회에서 확정된데 이어 이를 시행키 위한 약사법 개정안이 이달 7일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개정 약사법의 핵심은 제21조 4항 "의사 또는 치과의사는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처방할 수 있고 약사는 처방전에 의해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조제하여야 한다"는 것.
이로써 국민건강의 바로미터가 될 의약분업이 지난 63년 약사법에 원칙이 명시된후 37년만에 결실을 맺게된 것이다.
▨의료기관내 외래약국 폐쇄
보건복지부는 의약분업안에서 종합병원을 비롯 병원·의원 및 치과병·의원, 보건소내 약국을 폐쇄하되 현재 의료기관 구내에 설치돼 있는 약국은 의약분업 실시후 1년간 한시적 운영을 허용, 2001년 6월말까지 폐쇄토록 했다. 따라서 당장 내년 7월부터는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을 찾은 외래환자의 경우 구내 조제실에서 투약 받을 수 없게 된다. 대구시내 대학병원을 비롯한 종합병원과 병원의 경우도 현재 외래환자를 위한 조제실이 있을뿐 유예 대상에 포함되는 별도 법인이나 약사가 개설한 약국을 두지않아 의약분업 시행과 함께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 및 투약이 중단된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인근에 약국이 없는 농어촌의 일부 의료기관, 보건지소(1천200여개소)와 재해지역의 경우는 분업에서 예외가 된다.
▨처방은 의사, 조제는 약사가
의약품 오·남용에 따른 국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의약분업의 핵심은 한방의료기관을 제외한 모든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뒤 처방전을 들고 외부 약국에서 의약품을 조제받아 귀가하는 새로운 의료패턴을 만들게 된다. 따라서 의료기관의 외래환자에 대한 약 조제 및 투약이 금지되는 것은 물론 약사도 항생제·수면제·당뇨병 치료제 등 전문의약품을 맘대로 팔수 없다. 드링크류·소화제·감기약·두통약 등은 현재와 같이 약국에서 바로 살 수 있다.
분업하에서는 약사가 의사의 처방 의약품과 성분·함량·제형이 동일한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 조제할 경우 환자의 사전 동의를 얻어야 함은 물론 대체조제 사실을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에게 통보해야 한다.
▨주사제도 환자가 사 와야
또 주사제의 경우도 환자가 의사의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서 구입해 오면 의료기관에서 놔주는 방식으로 바꿔 막상 의약분업 시행에 들어갈 경우 환자들의 불편과 혼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진단용시약, 예방백신, 희귀약품, 항암주사제, 검사 및 수술처치에 필요한 주사제, 임상실험용의약품, 마약, 방사성의약품, 신장투석액, 운반 보관중 냉동·냉장·차광 보관을 요하는 주사제의 경우는 의료기관이 조제나 투약 할 수 있다▨의약분업 제외 대상
응급 및 입원환자, 현역병, 전투경찰, 경비교도대원, 교정시설·소년보호시설·외국인보호시설 등에 수용된 사람, 1·2급장애인, 격리 수용이 필요한 제1종 법정 전염병 환자, 장기이식 및 에이즈 치료를 위한 조제, 정신요양시설에 수용중인 정신질환자, 한센병환자, 파킨슨병환자, 보건소 및 결핵협회부속의원의 결핵치료제 투약, 사회봉사활동을 위한 조제는 의약분업 대상에서 제외됐다.
▨의약품의 낱개 판매 금지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의 포장을 구분, 식별이 가능하도록 하고 약국에서의 전문의약품 비처방 판매에 대비, 정제와 캅셀제의 경우 낱개마다 식별기호를 인쇄하고 포장의약품은 제조회사명·제품명·성분명을 매2정 포장마다 표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현재의 약국의료보험이 자동 폐지되는 대신 의사의 처방전에 의한 약 조제는 보험혜택을 받게 된다.
약사는 의사의 처방전에 의한 조제외에 일반의약품을 직접의 용기 또는 포장 상태로 한가지 이상 판매하거나 한약제제를 개봉하여 판매할수 있도록 했다(약사법 제39조).
▨동네약국 폐업 위기
막상 의약분업이 시행되면 의료기관을 끼지 않은 동네약국도 줄줄이 문을 닫게 될 전망이다. 의약분업시행후 환자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도입키로 한 '단골약국제'가 그 충격을 완화해 줄지에 대해서는 약계조차 예견을 못하고 있는 상태다. 단골약국제란 환자가 자주 이용하는 약국을 지정한후 의사에게 알려주면 의사가 팩시밀리·E메일 등으로 처방전을 미리 전송, 환자의 약국 대기시간을 줄여주는 등 약사의 여유로운 조제를 돕자는 것.
▨국민 의료비 부담 가중
복지부는 의약분업 실시로 의약품의 사용량이 현재보다 15%정도 줄어 국민건강과 함께 사회적인 이득이 연간 3천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민입장에서는 의사에게는 처방료, 약사에게는 조제료를 줘야 약을 탈수 있어 추가비용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의약분업안과 개정 약사법에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반영시키지 못한 의사회측이 이번에는 의료수가 현실화와 의사처방료 인상 문제를 들고 나오고 있는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내년 상반기중 의료보험수가를 인상한다는 방침을 밝힌터라 의료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정부는 의약분업과 관련 이해단체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의료보험료를 인상한다면 더 큰 국민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풀어야 할 문제
이같은 의약분업 시행을 골자로 하는 개정 약사법이 국회통과를 했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무리없이 시행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의약분업을 위한 선결 과제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제약사마다 다른 상품명으로 시판중인 의약품의 효능 동등성 확보가 시급하다. 분업시행전 모든 의약품에 대한 약효 동등성이 확보돼야 안전하고 효율적인 투약과 의사·약사간 갈등없이 대체 조제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전국의 의대생 대표들이 "의약분업 시행전 반드시 생물학적 약효 동등성 시험을 할 것"을 촉구하고 나선 상태다.
또다른 문제는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의 재분류 작업이다. 현재 국내에 유통중인 전문의약품은 56.3%(1만2천여종), 일반의약품은 39.1%, 나머지 4.6%는 미분류 상태에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약분업시행안 확정시 147개 미분류 의약품에 대한 분류를 내년 3월까지 마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사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의약분업을 시행중인 타 선진국들에 비해 일반의약품이 많아 여전히 약물 오남용의 여지가 남아 있다"며 전문의약품 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에 대해 약사들은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는 상태. 일반의약품이 전문의약품보다 많아야 수입면에서 이득을 보겠지만 일반의약품의 슈퍼마켓 판매가 허용될 경우 일반의약품 판매가 크게 줄어 차리리 전문의약품 비율이 높아지는 것이 유리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오후 대구를 찾은 차흥봉 보건복지부장관이 대체 조제 대상 품목 3천500개중 우선 효능 동등성 분석이 필요한 321개품목(31개성분)에 대해 내년 3월까지 비교용출시험을 통해 동등성을 밝히고 난뒤 연차적으로 생물학적 동등성 확보작업에 나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의사단체가 약사의 의약품 혼합판매 방지책으로 의약품재분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데 대해서는 미분류 의약품중 약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1천여개를 전문의약품에 포함시켜 의사의 처방전에 의해 조제, 판매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복안을 전했다.
막상 분업에 들어갈 경우 불편한 몸을 이끈채 의료기관과 약국을 오가야 하는 환자들의 상당한 반발도 무시할 수 없는 상태다. 더구나 의사 처방전의 의약품을 못구해 오랜 시간동안 이 약국, 저 약국을 전전한다면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정착되긴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의료일선에서 가장 기초적인 의료행위를 하는 동네의원을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대부분 환자들이 병원과 종합병원을 찾아 가뜩이나 열악한 1차 의료기관의 부실과 폐업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철저한 준비가 성공요건
그동안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의사협회 소속 의사들은 약사의 임의조제 방지책을 마련, 약화사고시 책임소재 규명, 대도시의 보건지소 분업대상 포함, 병원내 외래조제실 존치, 의료전달체계 확립 등을 요구하며 정부의 의약분업안에 대해 강력 반발해 왔다.
하지만 관련 법률까지 제정된 현 시점에서 더이상 갈등과 분란을 일으키기 보다는 성공적인 의약분업 시행을 위해 '의약분업협력위원회' 구성 등 준비를 충실히 하는 것만이 최선책이다. 의약분업의 성공여부는 예상되는 문제점과 국민들의 불만을 어떻게 푸는가에 달려 있는 만큼 정부의 철저한 사전 준비, 제도에 대한 충분한 홍보, 전문가 집단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 국민들의 동참 등이 요구된다.
정부는 분업실시로 국민 개인의 의료비 부담액이 현재보다 얼마나 더 늘어나는지, 또 의보재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대한 사전 조사를 실시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덜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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