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칠레 군부독재시대의 비디오를 보았다. 이 영화에서 독재세력에 대항한 민주투사들은 고문을 당하고 살해됐으며, 그 가족들은 울면서 데모를 했다. 암울한 독재가 끝나고 칠레에 다시 밝은 미래가 올 것이라며, 그 가족들이 부둥켜 안고 울면서 서로를 위로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났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엔, 미안하지만 당신들에게 밝은 미래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회가 오랜 독재를 겪으면 거의 모든 유능한 인사들은 독재체제에 흡수된다. 이 체제에 끼지 못한 많은 무능한 사람들과 이 체제 참가를 거부한 소수의 유능한 인사들은 힘을 합쳐 반독재투쟁을 하게 된다. 이 투쟁과정에서 대화와 타협을 주장하는 온건파들은 어용분자나 쓸모없는 인사로 지목돼 기반을 잃는다. 왜냐하면 대화와 타협으로는 군부독재를 타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그 나라에서 대화와 타협은 사라지고 강경파 투사들이 민주투쟁을 주도하게 된다. 이 투쟁에서 많은 양심인사들이 희생된 후 대개는 민주세력의 승리로 끝이 난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는다. 민주투사들이 독재세력을 일소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유능한 인사가 제거된다는 것이다. 유신체제하에서 고시에 합격하거나 열심히 노력하여 고위관료가 되었다고 해서 이들을 유신잔당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민주화가 되면 이들도 대부분 실각한다.
투쟁과정에서 양심인사가 제거되고 투쟁 후에는 유능한 인사가 제거되는 것이다. 이래저래 양심인사와 유능한 인사가 제거되어 그 사회는 민주화가 되어도 비전을 갖기 힘들다. 우리나라도 군부독재가 끝나고 그 좋은 문민시대에 국가 최대의 위기인 IMF 사태를 맞게됐다. 민주화가 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양심인사와 유능한 인사들이 제거된 후 쓸모없는 어중이 떠중이들의 다수결에 의해서 정책이 결정된 결과였다.
이용재 내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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