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내사 중간보고서 올렸다

입력 1999-12-11 15:03:00

옷로비 사건 내사를 맡았던 사직동팀 요원 4명이 10일 검찰소환에 불응한지 닷새만에 전원 출두함에 따라 보고서 유출사건 수사가 급진전되고 있다.

그동안 수사의 난관이었던 물리적 장애물이 제거됐기 때문이다.

수사 관계자는 그러나 "조사에 관한 한 모두 베테랑들"이라며 전문 내사요원들을 조사하는데 따른 어려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검찰은 사직동 팀장인 최광식(崔光植) 경찰청 조사과장(총경)에 대한 지난 3차례의 조사를 통해 최초보고서 작성과정의 큰 윤곽은 거의 완성해놓은 상태다.

이에 따라 수사팀은 비교적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 최 총경의 진술을 근거로 내사반원들의 진술을 하나하나 교차확인해 나가는 수순으로 꼼꼼한 조사를 벌였다.내사착수시점(1월15일)부터 같은 달 말 정도까지 일자별로 조사행적과 보고내용을 순차적으로 짚어가다 보면 보고서 작성을 둘러싼 모든 의혹들을 자연스럽게 털어낼 수 있다는 수사전략에 따른 것이다.

수사팀 내부에서는 "이들에 대한 조사가 끝날 때 쯤이면 의혹의 한쪽 축인 작성부분은 매듭지어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작성→유출'순으로 진전되는 수사 진척도에서 반은 해결된다는 뜻이다.

수사팀은 일단 최초보고서 작성 경위에 대한 조사에서는 상당한 수확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직동팀 요원들은 검찰 조사에서 최 총경이 지난 1월14일 박주선(朴柱宣) 전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부터 옷로비설 관련첩보를 조사하라는 구두지시를 받은 뒤 내사지시가 내려왔고 그때부터 일일 상황보고와 3∼4일간의 조사상황을 종합한 중간보고서를 올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관련자 자술서와 진술서,의류구입 관련자료 등은 기록을 담당한 요원이 전담해서 취합, 편철하고 상황보고는 조사 담당자별로 정리해 수시로 최 총경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수사팀은 공개된 3종류의 최초보고서 문건이 당시 내사반원들이 보고후 기록에 편철하지 않고 폐기한 문건의 사본이며, 이 문건들은 보고라인에 따라 최 총경이 박 전비서관에게 전달했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고서 유출경로에 대해서는 그다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보고서를 몇부 작성하는지, 원본외에 사본을 만들어 별도로 보관하는지, 보고후 디스켓을 보관하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사본이 있었다면 보고라인이나 계통을 거치지 않고도 개인적으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내사반 요원들은 "팀 내부의 보안원칙에 따라 보고서는 원본만 만들어보고했고 내용이 담긴 디스켓은 그때그때 폐기했다"며 유출 가능성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그러나 일부 문건에 대해서는 사본이 유출되거나 원본이 여러 부 작성돼 새나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추궁을 계속하고 있다.

한편 보고서 작성-유출과는 별도로 중간 보고된 문건들이 취합되는 과정에서 내용이나 사실관계가 특정한 방향으로 왜곡되거나 축소·조작돼 최종보고서가 만들어졌고 결과적으로 대통령에게 허위보고가 이뤄졌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된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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