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사은회 시즌이 다가왔다. 지성의 요람이라는 대학마다 상아탑을 나서는 졸업예정자들이 기말고사를 전후해서 사은회를 개최한다. 평소에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던 교수님을 모시고 클라스메이트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졸업을 축하하며 덕담을 나누는 것이다. 사은회가 끝나면 때가 연말연시인지라 줄을 이어 동창회가 열린다.
같은 교정에서 같은 교육이념 아래 동고동락했던 동창생들, 과연 예사로운 인연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조직을 살펴보면 학연, 지연, 혈연 등 인맥이 완전히 배제된 것이 그리 많지 않다. 정계는 물론이고 각 조직의 구성원을 선택할 때도 알게 모르게 작용하는 것이 이 부분의 힘이다. 합리성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의 구조상 발 붙일 것이 없을법 하건만 여전히 위력을 잃지 않고 있다.
바람직스럽지 않은 현상으로 지탄받기도 하지만, 객관성을 가지고 보면 그리 지탄만할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점에 어떤 동아리 의식도 있을 것이고 나름대로의 잣대로 검증된 동문이니 눈길을 한번 더 보내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자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말하길 국적은 바꾸어도 학적은 못바꾼다고 하나보다. 그만큼 소중한 동창, 하지만 같은 날 태어난 손가락의 길이도 다르듯 같은 학교 출신 동창끼리도 삶의 방식이며 생각하는 것은 각각 다르다. 매사 세상근심 다 짊어진 소크라테스 같은 선배가 있는가 하면 실속없이 마음만 후한 낙천적인 후배도 있을 수 있고, 안개꽃이나 싱그러운 찔레꽃이길 자청하는 선배에 극락조화나 장미이길 고집하는 버거운 후배도 더러는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선배 저런 후배가 모여 동창이라는 톱니바퀴는 맞물려 돌아간다. 첫발을 내딛는 후배들에게 격려와 아울러 조언을 아끼지 않는 우뚝한 선배들이 있는 동창회, 친정이 든든하면 여자들 기가 살 듯이 남녀를 막론하고 동창이 든든하면 사회생활에 한층 힘이 보태질 것이다. 심정랑.호돌이유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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