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내 고구려 문화유산 지역 독지가 보호 나섰다

입력 1999-12-11 14:47:00

대구의 한 민간 독지가가 훼손되고 있는 중국 소재 고구려 문화 유산 보호에 홀로 발벗고 나서 화제다.

대구에서 테마관광여행사를 경영하는 권혁종(41)씨. 그는 요즘 중국 길림성 집안시에 있는 한 대형 고분에 박힌 전신주 이설을 위해 바쁘다. 이 고분은 현재 학자들 간에 논란은 있으나 광개토대왕능일 가능성이 높은 적석총이다. 고구려 고분벽화 전문가인 경주대 정병모 교수는 "이곳이 광개토대왕능이거나 아니면 대왕의 할아버지인 고국원왕능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고분이 관리가 안돼 시간이 갈수록 허물어지고 더욱이 3개의 대형 전신주가 박혀 있다는 사실을 권씨가 안 것은 지난해 8월. 경북도 '중국문화재 시찰단'을 이끌고 현지를 방문했을 때였다.

집안시 당국에 이설을 요청했지만 민족 문제 등 여러가지 이유로 거절당했다. 그러나 권씨는 포기하지 않고 부시장, 관광국 관리들과 꾸준히 교류를 지속했다. 지난 10월 자신의 비용으로 이들을 우리나라에 초청하는데 성공했고 잘 보존되고 있는 경주 신라왕릉 등을 보여주면서 전신주 이설의 당위성을 설득했다. 경주대 관광진흥연구소에서는 왕릉 보존에 대한 세미나를 열어 측면 지원에 나섰다.

중국측은 결국 자금을 한국에서 부담하는 조건으로 이설을 약속했고 오는 30일쯤 권씨는 한국 대표단을 이끌고 가 전신주를 이설하기로 했다. 전신주 이설 결심에서 완료까지 권씨 개인이 부담하는 자금은 7천여만원. 사이판 한인회 김성우씨의 도움을 받아 3박4일 다이너스티호텔 숙박권을 1매당 3만원에 팔아 기금에 보탰지만 어려움이 많다.

정병모 교수는 "누구의 왕릉이냐 보다는 우리 문화 유산에 박힌 전신주를 빼낸다는게 중요하다"며 "아무도 못한 일을 권씨가 하는 것은 가치가 있다"고 의미를 평가했다.

하지만 전신주 제거만으로 이 고분이 온전해지는 것이 아니다. 바로 옆에는 공장이 있어 오폐수가 흘러 들고 있고 아이들의 놀이터로 변해 버리면서 계속 훼손되고 있는 상태. 최소한 오폐수 차단막이를 설치하고 잔디를 심는데도 3억원 가량의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 권씨는 "우리 문화재를 사랑하는 지역민들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문의(053)751-3580.

崔正岩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