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결위는 9일 진념(陳稔) 기획예산처장관을 출석시킨 가운데 예산안조정소위 첫 회의를 열어 총 92조9천200억원 규모의 2000년도 예산안에 대한 본격적인 계수조정 작업에 착수했으나, 초반부터 기세싸움을 벌여 진통을 예고했다.
회의가 시작되기 직전 국민회의 간사인 조홍규(趙洪奎) 의원이 야당 의원들에게 "뉴 밀레니엄 첫 해 예산인 만큼 잘해보자"고 분위기를 띄우려 하자,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의원이 "뭐 좀 주는 게 있어야지"라고 되받으며 기선잡기를 시도했다.
장영철(張永喆) 위원장은 예정시간보다 50분 늦게 시작된 회의에서 인사말을 통해 "숱한 난관이 있었지만 오늘 이 자리가 마련된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며 "비록 법정시한은 넘겼지만, 가능한 조속한 시일내에 심도있고 내실있는 심사를 벌여 예산안이 만장일치로 가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소위는 이어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그동안 진행된 종합정책질의와 부별심사및 상임위별 예비심사 등에 관한 예결위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를 듣고, 회의 운영방식을 논의했다.
소위는 일단 10일에는 여야간 구체적인 증액 및 감액사업을 제시하고 정부측 의견을 청취한후, 11, 12일 여야 수정의견에 대한 정부측 검토 작업을 거쳐 13일 정부의견 청취 및 종합 조정을 시도하고, 14일 계수조정 작업을 본격화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며, 15일 이후의 일정은 계속 논의키로 했다.
한편 이날 소위는 일정을 주로 논의하는 첫 회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각 부처에서 무려 100여명의 공무원이 나와 계수조정에 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편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예산안 처리가 이미 법정시한(2일)을 넘긴 만큼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오는 13일 본회의에 앞서 계수조정작업을 매듭짓고 늦어도 이번 정기국회 회기내에는 반드시 처리한다는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
한나라당도 "예산안의 늑장처리로 정부가 가예산을 짜 예산을 집행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며 회기내 처리에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선심성 예산으로 보이는 예산은 전액삭감하겠다고 벼르고 있는데다 선거구제 문제를 포함한 선거법 협상 등과 예산안 처리를 연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회기내 처리를 낙관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여당은 일단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8%)보다 낮은 5%수준에서 책정됐고 적자재정 극복과 건전재정 확보 차원에서 마련됐으며 당정간 협의도 충분히 거친 만큼 가능한 정부원안대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은 내년도 예산안이 16대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팽창예산'이라고 규정하고, 계수조정을 통해 5조3천660억원을 순삭감하는 등 총 8조3천308억원을 깎는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은 선거법 협상이 지연될 경우 정기국회 폐회후 임시국회를 소집해 이를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따라서 예산안과 정치개혁 협상의 고리를 끊지 않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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