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경찰 엇갈린 판단

입력 1999-12-09 00:00:00

지난달 14일밤 대구동부경찰서 역전파출소에는 속칭 '훌라' 도박을 벌이던 4명의 남자가 연행됐다. 파출소 직원들은 이들 가운데 신분증을 지니지 않은 40대 남자가 자신을 구청 기능직 공무원 이모(40)씨라고 진술함에 따라 주민등록번호 및 지문으로 신원확인 작업을 거쳐 사건을 대구동부경찰서로 넘겼다.

그런데 정작 경찰서 형사계에 조사받으러 나타난 피의자가 "진짜 내 이름은 배아무개(40)이며 이씨는 무고하다"고 진술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빚어졌다. "파출소 조사과정에서 내가 기소중지자인 사실이 탄로날까 두려워 평소 알고있던 친구 이씨의 주민등록번호를 대고 그의 행세를 했다"는 주장이었다.

동부경찰서 형사계는 배씨의 이같은 자백과 사건당시 집에 있었다는 이씨 주장을 받아들여 피의자 이름을 배씨로 바꿔 피의자 조서를 작성, 대구지검에 송치했다.그러나 검찰은 이 사건을 재조사한뒤 이씨에 대해 범인도피 교사 등의 혐의를 적용, 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씨가 도박을 벌이다 적발되자 형사처벌 및 공무원신분 상실을 우려해 배씨로 하여금 대신 경찰에 출두해 허위진술을 하도록 배씨와 공모했다는 판단이었다.

문제는 사건 규명의 핵심열쇠인 당시 파출소의 검거확인서가 사라지고 없다는 점이다. 사건당일 연행된 피의자들의 손도장이 날인돼 있는 검거확인서는 실제로 누가 도박을 벌였는지 밝혀낼수 있는 근거이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검거확인서를 형사계에 보냈다"는 파출소측의 주장과 "검거확인서는 없었다"는 형사계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의혹이 증폭되고있다. 이에대해 이날 파출소에 있었던 목격자와 신원보증인들은 "연행된 사람은 배씨이며 이씨는 현장에 없었다"고 말하고있다.한편 법원은 "소명자료가 부족하며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8일 기각,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됐다. 검찰은 검거확인서가 없어진 경위에 대해 경찰 관계자를 상대로 보강조사를 벌이고있다.

金海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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