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가고싶은 학교를 꿈꾸며

입력 1999-12-08 14:19:00

학교가 심상찮다고 말들이 많은 것 같다. 교사는 교사대로 시정 잡배쯤으로 몰아붙이고, 학생은 학생대로 폭력배쯤으로 몰아붙이니 보는 사람들로서는 불안할 따름이다.

지난 봄, 마음 속 한 귀퉁이에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던 스승님 한 분이 지척간에 계시다는 소식을 듣고 한 달음에 찾아가 뵌 적이 있다. 너무 오랜만에 가보는 학교였기에 스승도 스승이려니와 학교나 학생의 모습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하는 기대에 약간의 설렘마저 일었다.

그러나 교문 앞에는 예나 마찬가지로 '선도'가 서서 등교하는 아이들을 일일이 검색하고 있었다. 미술시간 원근법 배울 때 지겹게 그렸던 복도는 그 때와 마찬가지로 단조로운 직선 속에서 정적을 강요하고 있었고, 교실 안에는 요즘 아이들의 체구와는 잘 맞지 않을 듯한 책상이며 걸상이 사열 종대로 늘어서 있었다.

초등학교 때는 학교란 원래가 그러려니 하고 그냥 다녔지만,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부터는 학교가 수용소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도 중.고등학교 다닐 때의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위압적이고 무거운 분위기가 늘 붙어다닌다. 내 아이 초등학교 보낼 때 나이를 다 채워서 보낸 것은 아마도 이런 기억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 내용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일도 중요하다. 그리고 다양한 평가 방법을 도입하여 학생들의 체험의 폭을 넓혀주는 것 또한 지식 중심의 교육이 가져올 폐해를 줄이고 전인 교육을 구현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것을 담을 그릇이 시원찮다면 담긴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별 소용이 없을 것이다.

교사에게는 교육과 연구, 학생 지도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어서, 교사와 학생 모두가 학교를 집보다 더 편하게 여길 수 있게 해준다면, 다가오는 새로운 세기에는 차원높은 학교문화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김성범.정동서당 훈장.철학박사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