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존폐기로 무료급식소

입력 1999-12-08 00:00:00

노숙자.실직자 등 끼니를 때우기 힘든 사람들에게 10여년간 무료급식을 해온 대구시 중구 달성동 '인성회의 집' 김경수(65)대표는 요즘 마음이 착잡하다. 급식소 인근 주민들의 반발로 옮길 곳을 찾으려 했으나 이전장소로 물색된 곳마다 '여기는 절대 안된다'식의 주민 반발이 재연되고 있기 때문.

이 급식소가 현재의 위치에서 다른 장소로 이전계획을 확정한 것은 올 초. 인근 주민들이 "하필 여기냐, 이젠 다른 곳으로 옮길 때도 됐지 않는냐"며 민원을 제기하는데다 하루 700여명이 찾는 급식소로는 40여평의 공간이 턱없이 비좁아 이전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기 때문.

급식소측은 지난 4월 이전 장소로 옛 달성동사무소를 확정, 인수계약을 체결했으나 이전예정지 인근 주민들이 주거환경 침해를 이유로 다시 집단민원을 제기하는 바람에 결국 한 달만에 계약을 해지했다.

또 다시 찾은 장소는 달성동 철로변 공장부지. 하지만 이 곳 역시 계약까지 마쳤으나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반발로 이전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해결방법은 단 하나.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시설설치 방해금지조항을 적용, 법대로 이전을 강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급식소를 운영하는 대구천주교 유지재단은 이 방법을 택할 수 없었다.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면서까지 무료급식소를 운영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너무나 많아서였다.

결국 급식소측은 장소물색이 불가능할 경우, 현재 자원봉사자들이 일하는 기간인 내년 1월까지만 급식소를 운영하고 그 이후엔 문을 닫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집단 이기주의만 내세우는 주민들도 야속하지만 팔장만 끼고 있는 행정관청이 더 원망스럽습니다. 한 끼를 때우지 못해 아침부터 줄을 서는 어려운 사람들의 처지를 이해하는 사람이 이 세상엔 그리도 없다는 말입니까" 10여개월동안 옮길 곳을 찾다 지친 김씨는 가슴만 치고 있다.

崔敬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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