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폐공사 분규 해결방안 보고서 논란

입력 1999-12-08 00:00:00

대전지검이 지난해 9월17일 작성한 '조폐공사 분규 해결방안 검토' 보고서가 7일 공개되면서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을 둘러싼 의혹을 풀어줄 단서가 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원일(姜原一) 특별검사와 수사방향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인 끝에 특검팀에서 이탈했던 김형태(金亨泰) 전 특검보가 공개한 것으로 알려진 이 보고서는 당시의 조폐공사 노사분규 해결방안을 담고있다.

강 특검은 "이 보고서는 대전지방노동청이 최초 작성한 것을 받아 대전지검 공안부가 재작성해 9월18일 대검에 보고한 것"이라며 "대전지검 압수문건과 서울지검으로부터 넘겨받은 대검 압수문건중에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특검수사 막바지 단계에서 공개된 이 보고서가 주목을 끄는 이유는 내용중 일부만 발췌할 경우 조폐공사 파업이 조직적으로 유도됐다는 의혹을 살만한 요소가 있기 때문.

보고서는 분규 해결책으로 △당분간 직장폐쇄를 계속하면서 노사 자율타결을 기다리는 방안(1) △ 직장폐쇄를 풀고 임금교섭을 계속하는 방안(2) △직장폐쇄를 풀고 임금삭감안과 구조조정안을 선택적으로 제시하는 방안(3) 등 3개안을 제시했다보고서는 또 각 방안의 장단점을 비교 분석한 뒤 상당기간 노사자율에 맡겨뒀다 자율타결을 기대할 수 없는 시점에 '직장폐쇄를 풀고 임금삭감안과 구조조정안을 선택적으로 제시, 일시에 국면전환을 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검토의견을 달고 있다.

노동계가 검찰의 조직적인 파업유도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라며 문제삼고 있는 것은 세번째안의 장점 부분과 검토의견 후반부에 언급된 '일시적인 국면 전환' 부분.

세번째안의 장점으로 적시된 '구조조정안에 반대, 파업에 돌입할 경우 불법파업에 해당해 공권력을 투입할 수 있는 등 노사간 법적 지위를 반전시킬 수 있다'고 한대목 등은 파업유도 의혹의 근거가 된다는 게 노동계의 시각이다.

노동계는 특히 △이 보고서가 공안합수부 회의가 열린 9월18일 대검에 전달됐고 △비슷한 시기에 강희복(姜熙復) 전 조폐공사 사장이 진형구(秦炯九) 전 대검공안부장을 만났고 △그후 얼마 지나지 않은 9월29일 강 전 사장이 조폐창 조기 통폐합 시행 의사를 처음으로 밝힌 점에 주목하고 있다.

보고서에 제시된 방안중 구조조정쪽에 초점이 맞춰진 제3안이 전격 활용되면서 파업이 일어난 것이 검찰 등 정부기관의 조직적 공작에 따른 결과라고 노동계는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특검팀은 이 보고서가 '노사간 자율타결을 통해 분규를 해결해야 한다'는 기조에서 작성됐고 당시 분규 해결을 위한 모든 가능한 방안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파업유도 문건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보고서의 일부 내용을 뽑아내 확대 해석할 경우 문제의 소지가 많은 것 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맥락으로 보면 그렇지도 않다"며 보고서 내용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음을 내비쳤다.

실제로 특검팀은 대전지검 및 대전지방 노동청 관계자들을 상대로 보고서 작성동기와 경위 등을 조사한 결과 보고서가 파업유도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잠정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 관계자도 "우리도 이 보고서를 입수,분석했지만 조직적인 파업유도 공작을 입증하는 단서가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특검팀의 판단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보고서의 성격을 놓고 특검팀이 향후 수사결과 발표에서 최종 결론을 어떻게 내릴 지 주목되는 동시에 특검팀의 판단을 노동계가 수용할 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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