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검찰수사 다시 원점

입력 1999-12-08 00:00:00

사직동팀 최초보고서 추정문건의 출처 규명작업이 갈수록 복잡한 국면으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검찰은 사직동팀 뿐만 아니라 검찰, 경찰, 국정원 등 다른 기관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다각도로 접근을 시도하고 있지만 좀체 실마리를 잡지 못하는 분위기다.

수사팀은 최초보고서 출처를 규명할 단서중의 하나로 사직동팀 압수물에서 '옷로비설 관련첩보'라는 A4용지 한장짜리 내사첩보를 입수하고 박주선(朴柱宣)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추궁해 첩보의 출처를 밝혀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첩보와 최초보고서의 연결고리가 될만한 물증을 찾는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내사첩보는 박 전비서관이 자신이 지휘하는 법무비서관실 산하 공직기강팀 직원으로부터 전달받아 곧바로 사직동팀에 내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각 행정부처에서 파견돼온 10여명의 중견공무원으로 구성된 청와대 공직기강팀은 같은 법무비서관실 소속 사정반원들이 수집해온 고위공직자 관련 비위첩보를 정리하는 업무를 주로 담당하며, 사직동팀처럼 조사.탐문 기능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검찰은 공직기강팀이 옷로비 의혹 관련 루머를 단순한 첩보관리 차원에서 수집했을 수는 있으나 장관급 부인인 관련자들을 상대로 탐문조사를 벌였을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수사초점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옷로비 내사반을 중심으로 사직동팀 다른 라인이나 김태정(金泰政) 전검찰총장의 비선(秘線) 조직, 제3의 기관 등에 혐의점을 두고 파고들 수밖에 없다.

일례로 검찰은 지난 3일 모 정보기관 기관원을 조사하고 배정숙(裵貞淑)씨를 데려와 신원확인까지 벌였으나 별다른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물론 사직동팀은 여전히 가장 유력한 출처로 혐의선상에 올라있는 상태다.

수사 관계자는 "사직동 쪽이 가장 우선적인 조사대상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말해 사직동팀의 작성-유출 쪽으로 심증을 굳혀가고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사직동팀 관계자들이 검찰소환에 이틀째 불응하는 등 의외의 변수가 떠올라 수사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 김 전총장이 최초보고서 세 종류를 각각 다른 루트를 통해 받았고 각 문건의 출처도 제각기 다르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수사 전망을 어지럽게 하고 있다.수사팀 내부에서는 첫 문건에 가필된 '조사과 첩보'라는 육필과 '1월14일, 18일, 19일'등의 날짜가 문건의 출처 또는 작성일자를 알려주는 단서가 아니라 전혀 다른 '다의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이들 문건을 둘러싼 의혹은 갈수록 미스터리로 빠져드는 느낌마저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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