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정 전 총장 구치소 생활

입력 1999-12-07 15:01:00

…서울구치소 수감 3일째를 맞은 6일 김태정(金泰政) 전 검찰총장은 주로 성경책을 읽으며 생애 첫 구치소 생활에 점차 적응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그러나 전날 밤 수은주가 영하로 곤두박질치자 혼자 한기를 견뎌내야 하는 독거실에는 더욱 매서운 추위가 엄습해왔고 김 전총장의 이틀째 밤을 더욱 서글프고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부인 연정희(延貞姬)씨도 전날 갑자기 추워지자 김 전총장의 고통을 생각, 아예 자택 보일러를 꺼버리고 긴 겨울밤을 지샌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단지 교도관들이 호칭을 '장관님'이라고 하는 것 외에는 다른 미결수와 똑같이 대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혀 별도난방이 없음을 알려줬다이날 오후 4시30분께에는 수감 이후 첫 면회자이자 아끼는 후배인 임운희(林雲熙) 변호사가 찾아왔지만 30분 남짓한 짧은 만남 끝에 헤어져야 했다.

임 변호사는 이날 솜이불과 함께 김 전총장이 요구한 성서 관련 종교서적 10여권을 넣어줬다.

옷로비나 보고서유출 사건의 진행상황 등을 몇마디 건네려 했으나 김 전총장은 검찰이나 특검 얘기보다 가족의 안부를 먼저 물었다고 임 변호사는 설명했다.

일간지 구독도 가능하지만 그동안 흐트러졌던 마음을 다잡기 위한 탓인지 아직 구독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운동시간에도 다른 재소자들과 마주치는 불편함을 염려한 탓인지 하루종일 매트리스 위에 앉아 명상을 하거나 성경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그동안 몸무게가 10㎏이나 빠진 건강을 염려해 "식사는 드실만 합니까"라고 물었지만 그냥 "괜찮다"라는 대답으로 태연해 했다고 임 변호사는 전했다.

임 변호사는 "날씨가 추워서 걱정이지만 의외로 표정이 담담해 다행"이라며 "검찰의 수사상황을 지켜본 뒤 다른 변호인들과 협의, 보석 청구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이상 쏟을 눈물도 없다'

김태정(金泰政) 전 검찰총장의 부인 연정희(延貞姬)씨의 한 측근은 6일 연씨의 근황을 묻자 '눈물샘이 마를 지경인 데 어떻게 말로 표현하겠느냐'고 했다.

연씨는 지난 3일 사직동팀 내사결과 보고서 유출과 관련해 김 전총장이 매일 출근했던 대검 청사로 불려갈 때 까지만 해도 설마 구속으로 이어지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연씨는 다음날 아침 '오늘 영장 청구 방침'이라는 대문짝만한 크기의 신문 제목을 보고 기절하다시피 놀랐다는 것.

연씨는 이후 사실상 식음을 전폐한 채 남편의 '무사귀환'을 기다리다 4일 오후늦게 영장발부소식을 듣고는 갑자기 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털썩 주저앉았다.

연씨는 김 전총장이 1평 남짓한 차디찬 독방에 갇힌 다음날부터 서울 서초동 자택의 보일러를 모두 끈 채 자신도 남편처럼 싸늘한 공기를 마시며 밤을 지샜다.

육체적으로나마 자신만 편히 있을 수 없다는 취지에서였다.

김 전총장 부부는 검찰내에서 잉꼬 부부로 통했다.

김 전총장은 연씨가 관련된 옷 로비 사건 때문에 사직동팀 보고서를 유출해 나락으로 떨어지게 됐지만 한번도 아내를 원망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인사는 "김 전총장은 연씨가 고급의상실을 다닌 사실을 안 후 '공직자부인이 그럴 수 있냐'며 호된 질책을 했지만 연씨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었던 것 같다"며 "이 때문에 연씨가 느끼는 고통이 더욱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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