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견디다 못해 삶의 터전인 농토를 빼앗기는 농민이 속출하고 있다. 하우스 농사로 한때 부촌으로 불렸던 경북 성주군 벽진면.
참외 농사를 짓던 여모(61)씨가 올해 4월 6천만원의 부채를 갚지 못해 자취를 감춘뒤 2천평의 논이 경매에 넘어간 것을 비롯 현재 60건이 넘는 농지가 경매 절차를 밟고 있다.
이외에 농협으로부터 경매의 전 단계로 농지를 가압류 당한 '파산' 농가도 40호에 이른다.
벽진농협 관계자는 "마을금고나 축협 등이 경매한 건수를 더하면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면서 "빚을 내 이자를 갚아 겨우 가압류 위기를 넘기는 농가도 상당수"라고 밝혔다.
시설 투자가 많은 축산농도 마찬가지.
얼마전까지 경산시 와촌면에서 한우를 키우던 김모(40)씨는 농지 1천평이 경매에 넘어간뒤 공사판을 전전하고 있다. 계속된 소값 폭락으로 빚이 2억원으로 늘어나자 소를 헐값에 넘긴뒤 올봄에 마을을 떠난 것.
와촌면에는 지난 97년 200호에 달하던 축산농이 사료값이나 이자를 감당 못해 줄줄이 넘어지면서 현재는 70호에 불과하다.
농협 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전국에서 빚 때문에 경매에 넘어간 농지 면적은 무려 1천80만평. 이중 시설농의 비율이 높은 경북 지역의 '경매 농지'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560ha(170만평)로 경남(354ha), 경기(350ha) 등에 비해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농업경영인 경북연합회 이동우 회장(48)은 "지난 정권부터 농업 경쟁력을 키운다며 엄청난 시설 자금을 풀었지만 고스란히 빚으로 되돌아 왔다"며 "시설농이 많은 대구근교의 농민들이 파산농가로 전락한 경우가 가장 많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가 최근 농가 부채 해결 방안으로 풀기 시작한 1조 4천억원의 '특별 금융' 자금도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지부 관계자는 "특별 자금을 대출 받으려면 상환 능력이 있어야 하는 탓에 파산 위기에 처한 농민은 한마디로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李宰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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